2일 낮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파견법 시행 20주년 기자회견이 열려 파견 노동자들이 자신의 입사연도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현대자동차 정민기, 철도공사 김승하, 기아자동차 이원석, 삼성전자 전정훈 씨의 대리인, 아랫줄 왼쪽부터 기륭전자 김소연, 에스케이에너지 김아무개, 코스콤 정인열, 쌍용양회 임재환. 각 노동자 이름 앞 사명은 이들의 원청회사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파견법이 시행된 지 20년에 접어드는 가운데, 노동계는 파견법이 간접고용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파견법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2일 오후 노동법률 단체 4곳(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한국비정규노동센터)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견법을 폐지하고 불법파견을 엄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현직 파견노동자는 “파견노동자를 보호한다며 제정된 파견법은 오히려 ‘진짜 사용자’인 원청업체의 책임 회피를 돕는 법”이라고 증언했다. 파견노동자로 2002년부터 기륭전자에서 일했던 김소연씨는 2005년 노동조합을 만든 뒤 계약해지 방식으로 순식간에 일터를 잃었다. 김씨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냈지만 회사가 업무도 임금도 안준 채 야반도주를 해도 파견법은 우리를 보호하지 않았다. 파견법을 만든 외환위기는 3년만에 졸업했는데 지금도 파견노동자들은 업체만 바꿔가며 3∼6개월짜리 파견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기자회견을 열고 “파견법을 폐지하고 불법파견을 엄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불법파견’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2003년 4월 20대 파견노동자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김수억씨는 “‘현대·기아차 공장의 모든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40대가 된 지금도 나는 파견노동자다. 빨리 불법파견을 해결하지 않으면 지금의 20대가 20년 뒤 우리의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이라며 “간접고용 노동자의 양산을 막을 수 있도록 정부의 빠른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 영역의 간접고용을 줄이려면, 근본적으로는 파견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태도다. 이용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20년 동안 파견법의 두 가지 목표인 ‘노동자의 고용조건’과 ‘원활한 인력수급’은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원청과 파견업체로 양분된 사용자를 하나로 합치는 파견법 폐지와 직접고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1998년 7월 외환위기 직후 시행된 파견법은 행정·운전·청소 등 26개 업종에 한해 인력 파견을 허용하면서 간접고용의 물고를 튼 법이다. 2007년 파견 대상은 32개 업종으로 확대됐다. 2017년 12월 기준 전국 파견노동자는 11만3천명이고 월 평균 임금은 182만4천원이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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