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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상여금 산입’ 숙원 푼 재계, 이번엔 ‘최저임금 차등적용’ 꼼수

등록 2018-07-10 05:00수정 2018-07-10 10:02

[최저임금 결정 D-4]

경제단체 ‘업종별 다른 임금’ 주장
소상공인 어려운 형편 말하지만
결국 최저임금 낮추려는 ‘협상용’

작년 최저임금위선 ‘불필요’ 결론
“차등 업종 저임금 낙인효과 발생”
노동계 “최저임금 취지 훼손” 반발
경영계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이 업종별로 차등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경영계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이 업종별로 차등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닷새 앞두고 경영계가 또다시 ‘업종별(사업별) 차등적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업 종류별로 각기 다른 수준의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터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자의 생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 취지를 훼손하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9일 오전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 관계자는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영선 중소기업중앙회 상근 부회장은 “최저임금법에도 사업별 차등적용에 대한 근거가 마련돼 있고, 업종별로 최저임금 미만율과 임금 격차가 심해 인상률을 단일하게 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경영계가 ‘업종별로 다른 최저임금 도입’을 요구하는 표면적 이유는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어려운 형편 탓이다. 쉽게 말해서 주된 ‘최저임금 사업장’인 영세·소상공인의 낮은 지불능력을 고려해 업종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자는 것이다. 주요 대상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과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이 낮은 업종’, ‘소상공인 비율이 높은 업종’ 등이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는 아예 사업 규모가 영세한 ‘(노동자 규모) 5인 미만 사업장 전체’에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경영계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과 관련해 여러 노동분야 전문가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짚었다. 최저임금 기준이 업종별로 들쭉날쭉 달라지면 저임금 상태에 놓인 노동자는 빈곤을 벗어나기 더욱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청소나 경비, 각종 파트타임 일자리의 생산성이 낮으니 이런 곳에는 좀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그런 곳에서 생계형으로 일하는 청년과 경력단절 여성, 노인은 저임금 상태에서 탈출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최저임금위원회 전문가 티에프(TF)가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한 배경도 비슷하다. 당시 티에프의 최저임금 제도 개선안을 보면,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 다수 전문가는 “최저임금 취지상 업종별 차등적용은 타당성을 찾기 어려우며, 해당 업종은 저임금 낙인효과가 발생한다”며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마찬가지로 경제계의 ‘지역별 차등적용’과 ‘생산성이 떨어지는 청년·고령자에 대한 감액적용’ 요구에 대해서도 티에프는 “불필요하다”고 봤다.

영세·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이 낮으니 이를 ‘최저임금 차등적용’으로 해소하자는 경영계의 접근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영세자영업자를 어렵게 하는 원·하청 불공정거래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 등 대기업의 ‘갑질 횡포’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먼저”라며 “정부도 비싼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 등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경영계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이 ‘협상용 카드’에 가깝다고 본다. 오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앞두고 인상폭을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가 ‘차등적용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경영계는 5일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며 “업종별 차등적용이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동결이 아닌) 수정안을 제시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또 경영계는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약 30년간 매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사업장의 대다수가 저임금 노동자가 일하는 곳인데, 차등적용이 이뤄지면 역설적으로 가장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가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 정반대의 효과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도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위원회에서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불필요’하다고 결론이 났는데 경영계는 지난 10년여간 되풀이해온 구태를 이번에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박순빈 이지혜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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