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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공익위원이 사실상 ‘칼자루’…최저임금 결정방식 바꿔야”

등록 2018-07-30 05:01수정 2018-07-30 09:24

올해도 최저임금위 노사위원 13명 퇴장
이의제기·불복 등 ‘거부’ 명분쌓기 활용
‘공익위원 위촉’ 정부 독점 구조로 논란
최저임금법 개정안 13건 국회에 올라와
지난 6월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렸다. 노동자위원들의 불참으로 일부 자리가 비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6월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렸다. 노동자위원들의 불참으로 일부 자리가 비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불거지는 노사갈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심의한다면, 정부도 의견을 내놓겠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과 관련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최저임금 인상폭을 둘러싼 논란이 해마다 증폭되며, 이번 기회에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9일 박명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최저임금 심의를 대하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태도와 관련해 “노사 모두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책으로 맞서기보다 퇴장 등 과잉된 정치행위를 거듭하고 있다”며 “그런 태도로 무엇을 얻었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 퇴장·이의제기에 이어 최저임금 불복종 1987년 출범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지난 32년은 ‘퇴장과 파행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저임금위는 지금까지 모두 32차례의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했는데, 이 가운데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끝까지 모두 남아 있던 경우는 14차례로 절반이 채 안 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시간당)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퇴장 행태는 반복됐다. 민주노총 쪽 노동자위원 4명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지난 5월 최저임금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뒤 끝까지 바깥에 남았다. 사용자위원 전원도 지난 11일 최저임금 차등적용 안건이 부결된 뒤 위원회에서 퇴장해 돌아오지 않았다.

노사의 퇴장 행태는 최저임금 수준 결정 이후, 이에 대한 ‘거부의 명분 쌓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된다. 실제로 올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고용부에 ‘2019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019년 최저임금에 대한 ‘불복종 선언’까지 내놓았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가 보이는 이의제기의 수준을 낮추려면, 최저임금 결정 방식과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개편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이 참여하는 구조다. 노사 위원의 수가 같아, 노사협상으로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접점이 마련되지 않으면 사실상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가 많다.

문제는 공익위원을 위촉하는 권한을 정부가 독점하고 있어, 최저임금에 대한 정치적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은 “최저임금 수준을 공익위원이 사실상 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노사가 이를 둘러싸고 엎치락뒤치락해왔다. 유불리를 떠나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협상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사용자위원)은 “노사가 대립하는 가운데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면 ‘퇴장 경쟁’ 등 소모적 갈등만 빚는다. 차라리 정부가 노사 의견을 충분히 듣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 최저임금위 이원화? 공익위원 국회 추천?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관한 개편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저임금제도 개선 방안을 연구한 최저임금위원회 전문가 티에프(TF)도 지난해 12월에 낸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위 이원화 방안’을 권고했다. 노·사·정이 추천한 공익위원만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정하고, 이어 노·사·공익위원이 모인 ‘임금결정위원회’가 이 범위에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최저임금 결정의 객관성·효율성을 높이고 노사간 대립과 갈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 티에프의 설명이다.

국회에도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꾸는 여러 최저임금법 개정안(13건)이 올라와 있다. 국회가 최저임금을 정하는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안, 국회가 공익위원을 추천하는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 안, 공익위원을 노사 투표로 선출하는 이정미 의원(정의당) 안 등이 눈에 띈다.

강성태 한양대 교수(공익위원)는 “정치적 책임이 없고 대표성이 부족한 학자보다 정부 대표가 공익위원으로 참여하거나, 공익위원 추천권을 국회나 여러 정부부처에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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