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개혁위가 고용노동부에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권고' 한 것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즉각 수용하고 조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고용노동부가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회사와 비정규직노조의 교섭을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정부의 중재 시도는 이 문제가 불거진 뒤 14년 만에 처음이다.
11일 노동계 안팎의 설명을 종합하면, 고용부는 지난주 현대·기아차와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양쪽에 “현대·기아차 원청과 비정규직지회를 핵심 주체로 하고 금속노조 또는 현대기아차지부(정규직 노조) 등 보조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교섭 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회사와의 1대1 교섭을 요구하는 비정규직지회와 정규직 노조·하청업체 등을 포함한 다자간 협의를 고수하는 현대·기아차 사이에서 정부가 중재안을 낸 것이다. 아울러 고용부는 지난 7일 비정규직지회의 요청에 따라 현대·기아차에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직접고용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지회를 직접교섭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2010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가 부당해고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뒤 몇 차례 교섭이 열리기는 했으나, 정규직노조와 하청업체를 포함한 다자간 협의에 그쳤다. 이번 중재가 성사되면 비정규직노조는 처음으로 핵심 당사자로서 현대기아차와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된다.
고용부의 중재 시도는 2004년 ‘현대차 불법파견 판정’ 이후로 처음이다. 14년 동안 해법을 찾지못하고 있던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에 정부가 나서는 것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앞서 개혁위는 지난달 1일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사건에 대해 고용부와 검찰이 부당하게 수사를 지연시켰다”면서 현대·기아차에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리고 노사 협의를 적극적으로 중재하라고 고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오래 묵은 비정규직 문제 가운데 하나다. 2004년 고용부는 현대차의 9300여개 생산공정이 모두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어 2007년부터 법원이 자동차업종 사내 하도급에 대해 불법파견이라 판단하고 있는데도, 고용부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노동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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