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기아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 300여명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빌딩 4층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사무실을 점거하며 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사무실에서 기아차 사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 이행 명령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용노동부가 응답할 때까지 집에 안갑니다! 못갑니다!”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부에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해결’을 요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점거하고 나섰다.
20일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은 오후 4시께 조합원 300여명과 함께 서울고용노동청 4층을 점거한 뒤 “현대·기아차 등 재벌의 불법파견을 바로잡지 않으면 ‘비정규직 제로 시대’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책임있는 답변을 할 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의 요구는 8300여명에 이르는 노동자의 불법파견 상태를 방치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대해 고용부가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고용부는 2004년 현대차 사내하청 9200여개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고, 2007년부터는 법원에서도 몇 차례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고용부는 적극적인 후속 조처를 미뤄왔다.
이날 오전 기아차는 사내하청 노동자 13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정규직 노조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현대차도 사내하청 노동자 3500명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들의 정규직화로 사내하청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지만, 당사자인 사내하청 노동자의 판단은 다르다. 이번 정규직 채용 규모는 8천여명(청소·경비노동자 제외)에 이르는 전체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수에 견줘 크게 부족한데다, 합의 과정에서 사내하청 노동자가 배제되는 문제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합의에 따라 신규 채용되는 사내하청 노동자는 근속기간 불인정과 직무 변경 등의 불이익을 겪어야 한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가 끊임없이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교섭을 주장해온 이유다.
최근 고용부는 현대·기아차 사쪽과 비정규직지회 양쪽에 “회사와 비정규직지회를 핵심 주체로 하고 금속노조 또는 현대·기아차지부(정규직 노조) 등 보조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교섭 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으나 회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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