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무협력실 소속 이아무개 차장이 사내 익명게시판인 ‘대나무숲’의 노조 관련 글에 단 댓글. 왼쪽 사진 아래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댓글 쓴 이의 직원번호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제공
포스코 사쪽의 인사·노무 담당 간부 등이 사내 익명게시판에서 신설 민주노조에 대한 ‘비방 댓글’을 여러 차례 달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포스코의 민주노조 ‘와해공작’ 논란이 ‘댓글공작’ 의혹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2일 <한겨레>가 취재해보니,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인사·노무관리 업무를 맡는 노무협력실 직원들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한 지난 7월부터 사내 익명게시판인 ‘대나무숲’에서 노조에 부정적인 댓글을 달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지회는 이 댓글의 출처(자바스크립트 소스)를 조회해, 이들이 노무협력실 간부 및 직원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게시판을 보면, ‘삼다수’란 이는 포스코지회의 노조 홍보 게시물에 “민노총에서 지령받아서 할 텐데, 원래 이렇게 무식하게 활동을 하는 건지”라며 “하긴 조금 있으면 빨간 띠에 죽창도 왔다 갔다 하겠죠”라고 댓글을 썼다. 삼다수의 직원번호는 5×××××로 노무협력실 이아무개 차장이다. 노무협력실 심아무개 사원도 “조합 활동 제대로 할라면 노동법 공부 좀 하고 하라”거나 “글을 보니 당신이 속한 노조의 수준이 보인다”는 등의 댓글을 익명으로 남겼다. 인사노무그룹 소속 이아무개 과장은 회사 쪽이 지원하는 어용노조로 알려진 ‘포스코 노동조합 비대위’가 남긴 글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는 ‘듀티프리’란 이름으로 “비대위 여러분, 포스코를 꼭 지켜주세요. 금속노조는 절대로 절대로 안 됩니다”라고 썼다.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노조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셀프’ 요청하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노무협력실 이아무개 차장은 ‘삼다수’에서 ‘타이레놀’로 닉네임을 바꿔 “강하게 인사과에 부탁드린다. 사규에 따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썼다. 인사노무그룹 송아무개 과장도 ‘엘에이다저스’란 이름으로 “회사는 부디 저 직원들 일벌백계해주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포스코 회사 쪽이 조직적으로 노조 설립을 막으려 했던 행태는 이것만이 아니다. 회사 쪽은 노조 설립이 본격화되자 유명무실했던 ‘부공장장’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인사·노무관리를 강화했다. 포항제철소 한 직원은 <한겨레>에 “새로 임명된 부공장장이 술자리를 열어 ‘금속노조에 가면 공장이 서고 회사가 망해서 실업자가 된다’고 하거나 ‘이전에도 노조 만들려다 다 짤렸다, 만들어도 3년 못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포스코지회 조합원은 “최근 노조 설립을 주도한 이들에 대해 회사가 명단을 만들어 관리했다”고 전했다.
정준영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포스코 사쪽의 이런 행태에 대해 “노조나 노조원들에 대한 모욕 및 명예훼손, 노조 활동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사쪽 관계자는 “‘대나무숲’은 비실명으로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소통공간”이라며 “일부 직원이 개인 의견을 올릴 순 있겠지만 조직적으로 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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