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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자 110명 숨졌는데…산재 책임자는 2명만 징역

등록 2018-10-12 05:01수정 2018-10-12 15:51

[6년간 3명 이상 숨진 산재 28건 분석]
피의자 52명 중 2명만 징역
나머지는 집유·벌금형 그쳐
“솜방망이 처벌로 산업안전 뒷전”
정부 ‘1년 이상 징역’ 법 개정 추진
지난해 4월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4월28일)을 앞두고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건강한 일터와 안전한 사회’를 위한 개혁을 요구한 뒤, 추모의 뜻을 담아 국화를 꽂은 작업화를 들고 행진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해 4월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4월28일)을 앞두고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건강한 일터와 안전한 사회’를 위한 개혁을 요구한 뒤, 추모의 뜻을 담아 국화를 꽂은 작업화를 들고 행진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6년 12월 충북 청주의 한 공장에서 외벽 보강 작업을 하던 노동자 4명이 8m 높이에서 추락했다. 3명이 숨졌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불법 개조한 화물용 크레인의 탑승 설비가 뒤집히면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망하거나 다친 이들은 한 건설업체의 하청 노동자들이었다. 사건 뒤 원청의 현장소장과 1·2·3차 하청업체의 전·현직 대표 3명이 나란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이들 4명 가운데 감옥에 간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법원은 이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원청기업에는 벌금 300만원이 부과됐다.

이처럼 중대한 산업재해가 일어났는데도 사업주나 관리자가 실제로 징역형을 사는 경우는 손에 꼽힐 만큼 드물다. 11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8년 6월까지 6년간 한 사건에서 3명 이상 숨진 산업재해는 모두 28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들로 노동자 110명이 목숨을 잃고 126명이 다쳤지만, 현장 책임자 등 피의자 52명(법인 제외) 가운데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2명이었다. 나머지 책임자들은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 등 관리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소홀히 해서 노동자가 숨지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재판 현황을 살펴봐도 이런 경향은 뚜렷했다.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2007~2016년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의 형사재판 건수는 모두 5109건(1심 기준)이었으나, 이 가운데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0.5%인 28건뿐이었다. 절반 이상(3413건)이 벌금형이었고, 집행유예(582건)와 선고유예(194건) 판결도 많았다.

현재 정부는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처벌 조항에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법정형 하한선을 두어, 좀 더 엄하게 처벌하자는 내용이 뼈대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개정안을 이달 안에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재계가 ‘과잉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법안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용득 의원은 “일터에서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해도 산업안전이 뒷전이 되는 이유는 사업주 등 책임자가 계속 ‘솜방망이 처벌’을 받기 때문”이라며 “일터 안전이 최우선이 되도록 산업안전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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