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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사회개혁 앞당기려면,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중심에 서야”

등록 2018-10-15 04:39수정 2018-10-15 07:33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인터뷰]

경제사회노동위 참가 여부
17일 대의원대회 열어 결정

김 위원장 ‘대화 복귀 승인’ 요청
“비정규직 등 노조할 권리 위해
법 개정과 ILO 비준 이뤄낼 것”

정리해고 반발해 19년 전 탈퇴
‘들러리’ 우려 딛고 복귀할지 주목
노동기본권 보장 등 파업도 준비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오는 17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복귀 여부를 결정한다. 민주노총은 1999년 정리해고제 도입 등에 반발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에서 탈퇴했다. 2005년 대의원대회 때 노사정위 복귀를 논의하다가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시너와 소화기를 들고 나타나는 폭력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19년 만에 사회적 대화 기구 복귀를 선언할 수 있을까?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사회 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을 이루려면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 하반기와 내년은 개혁 과제를 공론화하고 입법화할 최적기”라며 “사회적 쟁점에 대해 노사정이 협의하고 대중의 공감대를 모아 국회가 수용하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대화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민주노총 대의원들에게 ‘경사노위 참가 승인’을 간곡히 요청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조합원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민주노총이 사회 대개혁의 중심에 서는 교섭과 투쟁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월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인 ‘김명환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좀처럼 사회적 대화 참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에 반발해 사회적 대화를 전면 거부했다가 8월에 방향을 선회했지만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복귀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지난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시행령이 공포됐음에도 경사노위 역시 민주노총 참가를 기다리며 본격적인 대화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노사정위에 참가했다가 ‘들러리’로 전락했던 과거 경험 때문이다. 1998년 출범한 노사정위는 애초 기대와 달리 정리해고·파견근로제를 도입하는 단초가 됐고, 이듬해 민주노총은 탈퇴했다. 김 위원장은 “19년 전 노사정위 탈퇴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자신했다.

실제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개편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몇 가지 요구를 관철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노사정위가 ‘합의’에 주력했다면 경사노위는 ‘협의’에 중점을 두도록 했다. 노사가 중심 구실을 하고 정부는 보조하는 구조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경사노위에 참여해 얻어내려는 최종 목표는 단순명료하다. 특수고용직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해 노동자가 ‘노조 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도록 노동조합법 2조 개정 또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노조 할 권리를 충분히 확보하면 노동계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결국 여러 개혁 과제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사회적 대화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대화에 참여하더라도 투쟁의 끈을 놓지 않을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노조가 사회를 바꾸려면 사회적 투쟁과 교섭을 함께 해야 한다”며 “개혁 의제 협상이 잘 안 풀릴 때 투쟁으로 뒷받침하고, 이를 통해 교섭력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 국민연금 개편과 공공부문 정규직화 등 논의를 이어가는 한편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11월 총파업도 준비하고 있다.

노조의 투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민이 많다는 일부의 지적에도 김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난 9년 동안 보수정권의 노조 말살 시도에 맞서 생존 싸움을 해왔다면 지금은 60여개 정부위원회에 참가해 적극적인 대화도 하고 있다”며 “이제는 ‘민주노총이 나를 위해 싸우는구나’ 하는 공감대가 국민들께 퍼지도록 진정성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7일 경사노위 참가에 대한 논의를 앞두고 있다. 조합원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에서도 참가 승인을 강하게 요청하셨는데, 왜 지금 민주노총에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가 개혁의 최적기다. 하지만 국회의 개혁 의지는 너무 막연하다. 정부는 법제도 개선 과제가 더뎌질 때마다 야당 핑계를 댄다. 사실 개혁을 하려면 (우리가) 권력을 잡으면 된다. 노동조합이 정치적으로 세력화를 하면 되는데 민주노총이 그 과정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금 우리의 출발점은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어야 한다고 본다. 사회적 대화는 개혁 의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대중의 공감대를 만들 유효한 방법이다. 여론의 압박으로 국회가 수용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겐 그 대화의 공간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내부에는 사회적 대화를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러한 우려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사회적 대화에서 ‘얻은 건 없고 잃기만 했다’는 인식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는 노동계 손목을 비틀어서 정리해고법을 도입했고 그 후과가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존중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퍼지긴 했지만, 기대만큼 실망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한반도 평화 정세는 날로 좋아지는데 노동·민생 문제는 획기적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독점재벌에 대한 개혁 조처 없이 규제 완화 등 재계 요구만 수용하는 모습은 불신을 키웠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은 정말 기대가 컸는데 현장에서 변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우리 내부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한다.”

지금의 경제사회노동위 체제는 민주노총의 노력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1월부터 이어진 개편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여러 요구를 관철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는 과거 노사정위와 어떤 점에서 다른가?

“새 사회적 대화 기구는 노사정위와 확실히 구별된다. 첫번째 성과는 ‘산업 평화 도모’가 아니라 ‘양극화 해소’를 기구의 목적으로 정했다는 점이다. 다수결에 의한 합의가 아니라 충분한 협의를 만들 수 있는 과정도 확보했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중심이 되고 정부가 보조하는 구조 역시 분명히 했다. 특히 여러 업종별 위원회를 설치했는데 앞으로 중앙 단위의 대화를 넘어 산업별 논의를 활성화할 계기가 될 것이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의 ‘합의주의’를 비판하며 탈퇴한 게 19년 전이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보통 빠른 게 아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민주노총 대의원들께서 충분히 지금의 정세를 파악하고 경사노위 참가를 승인해주실 거라고 본다.”

-민주노총은 개편 과정 내내 “경사노위는 합의기구가 아닌 협의기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관철했다. 협의보다 합의 결과가 입법 과정에서 더 무게를 지닐 텐데, 이는 스스로 사회적 대화의 힘을 빼는 결정이 아닐까?

“합의는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된다면, 협의는 이견을 좁혀가면서 대안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노사의 의견이 일치될 때 더 큰 힘이 생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개정 때도 협의로 의견을 모아서 통과시켰다. 이 과정이 물론 더디긴 할 거다. 그래도 합의가 아니라 대화를 중심에 둬야 경사노위의 지속가능성이 커진다.

경사노위는 플랫폼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대화의 공간이 열리면 각 산별의 논의가 발전한다. 또 노사관계 문제, 비정규직 문제, 재벌개혁 문제 등 여러 의제의 지속성도 커질 수 있다. 그러려면 지금의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아니라 사회적 대화 기구의 틀을 갖춰야 한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가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첫번째는 노동조합법 2조 개정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통해 노조 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 큰 목표다. 쉽게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되면 개혁을 이끌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동안 막혀있던 노사관계 문제를 풀어간다면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새 사회적 대화의 유의미한 변화를 볼 수 있을 거다. 아울러 최근 노후소득이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모두 안정적인 노후를 희망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 개혁도 이끌고자 한다.

이 부분에서 노사는 벌써 충돌하고 있다. 이런 제도 개선이 지난 5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개정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을 거란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사회적 공론화 자체가 중요하고 그 시기에 총파업을 통해서 압박을 키워가려고 한다.”

-노동조합법 2조 개정·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등 노조할 권리 보장은 지난해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던 과제이기도 하다.

“새 집행부는 결이 다르다. 이번에는 전제조건이 없다. 뭔가 해결되어야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정세 속에서 그 필요성을 조직적으로 판단하려는 것이다. 노조할 권리는 사회적 대화 참가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요구하고 해결되어야 할 현안이다.”

-사회적 대화가 잘 안 됐을 때 대안은 무엇인가?

“사회적 대화만으로 모든 걸 관철할 수는 없을 거다. 그렇다고 투쟁만으로 해결되지도 않는다. 노동조합이 사회를 바꾸려면 사회적 투쟁과 교섭을 함께 해야 한다. 개혁 의제에 대해 협상을 하다가 잘 안 풀리면 투쟁이 강화되어 밑받침하고 이를 통해 교섭력이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내가 장밋빛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난 사회적 대화의 틀을 최대한 활용해서 우리의 투쟁이 영향력을 발휘할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거다.

오랜 기간 사회적 대화를 지속해온 유럽 국가들을 보면, 항상 논쟁하고 싸우고 대화에 빠졌다가 참가했다가 한다. 아무리 노사정 관계가 삐그덕거려도 사회적 대화 자체를 포기하진 않는다.”

-최근 “민주노총은 대안없이 비판만 한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커지고 있다. ‘투쟁 일변도’인 민주노총의 배타적 태도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어떻게 보시나?

“지난 9년 동안 민주노총은 우리 존재를 없애려는 보수 정권과 맞서서 생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대안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또 일부 언론은 민주노총을 균형감 있게 봐주지 않고 투쟁에 몰두하는 모습만 비추기도 한다. 우리는 대화의 장을 거부한 적도 있지만 참여한 적도 많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60여개에 이르는 정부 위원회에 참가해 열심히 대화하고 있다. 우리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 정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며 ‘송곳’ 구실을 하고 있다.

지금 민주노총 집행부는 국민들과 조합원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민주노총이 한국 사회의 개혁을 누구보다 염원하면서 투쟁과 대화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설득하려고 한다. 이제는 ‘민주노총이 나를 위해 싸우는구나’하는 공감대가 국민들께 퍼지도록 진정성을 보여드리겠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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