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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법 개정 전에도 ILO 핵심협약 비준, 가능하다”

등록 2018-10-16 15:57수정 2018-10-16 17:12

메이어 국제노동기구 선임자문관 강연
“비준하면 한국은 제재 대상? 가능성 없어”
“협약 비준해 관련법 개정 동력 만들어야”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과 사회통합’ 토론회에서 팀 드 메이어 국제노동기구 국제노동기준국 선임자문관이 발언하고 있다. 노사발전재단 제공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과 사회통합’ 토론회에서 팀 드 메이어 국제노동기구 국제노동기준국 선임자문관이 발언하고 있다. 노사발전재단 제공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정권이 바뀌거나 노사 갈등이 생기더라도 노동권을 퇴보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일종의 ‘안전 잠금장치’죠.”

팀 드 메이어(55·벨기에) 국제노동기구 국제노동기준국 선임자문관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과 사회통합’ 토론회 기조강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핵심협약 비준은 현재 노동권 수준에 대한 인증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노동권 보장의 의지를 밝히는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메이어 선임자문관은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는데 강연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한국은 국제노동기구 총회가 채택한 8개의 핵심협약 가운데 4개만을 비준한 상태다. 아직 비준하지 않은 협약은 ‘결사의 자유’(87호·98호)와 ‘강제노동 철폐’(29호·105호) 등이다. 메이어 선임자문관은 “‘(관련 입법을 하지 않은 채 먼저) 핵심협약을 비준하면 국제노동기구의 각종 제재를 받지 않을까’하는 한국 정부의 두려움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제재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노동기구의 제재 사례는 2000년 강제노동금지 협약을 위반한 미얀마에 내린 권고가 전부다. 그는 “법 개정과 비준의 순서는 국제노동기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가 자주적으로 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국제노동기구 제재에 대한 우려로 ‘선입법-후비준’을 고집하는 한국 정부를 안심하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동안 정부는 노사관계법을 먼저 국제기준에 맞게 개정한 뒤에야 핵심협약 비준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메이어 선임자문관은 “전쟁을 겪은 뒤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이 ‘결사의 자유’·‘강제노동금지’ 핵심협약을 비준한다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큰 달성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의 비준이 아직 비준하지 않은 회원국들에도 큰 동력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노동법 전문가도 관련 입법 이전의 ‘선비준’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윤애림 서울대학교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선진국도 핵심협약 비준으로 정치적 약속을 하고 국제기준에 맞춰 국내 관행과 법·제도를 바꿔나간다. 정부가 ‘선입법-후비준’을 고집하면 오히려 비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오히려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사관계법 개정의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협약을 먼저 비준하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돼 법 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핵심협약이 추상적 내용이라 큰 문제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유엔(UN)에 가입할 때 비준했던 수많은 협약에도 담겨있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노동계의 오랜 염원이다. 노사정 대표자들은 지난 7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에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를 만들어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제도 개선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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