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역 근처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택시노사 4개 단체의 카카오 규탄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전국 택시 노사가 “카카오의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 출시에 맞서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지키겠다”며 18일 파업에 돌입한다. 이들은 카풀 서비스가 확대되면 택시업계뿐 아니라 전업 카풀 운전자의 처우도 열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17일 전국 택시노사 단체 4곳이 모여 만든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준비 중인 ‘카카오 티(T) 카풀’ 출시에 맞서 18일 새벽 4시부터 24시간 동안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 모여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연다. 이들은 파업 참여 택시가 전국적으로 5~6만대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대위에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월 카풀업체 ‘럭시’를 인수하며 올해 안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지난 16일 운전자 사전 모집을 시작했다.
비대위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택시업계를 붕괴시킬 “불법 자가용 영업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객자동차법 81조는 사업용이 아닌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금지하고 있는데, 예외로 출퇴근 카풀만 허용한다. 이용복 전국택시연합회 총무팀장은 “출퇴근 카풀을 허용한 예외조항은 직장 동료, 이웃 사이의 카풀 ‘문화’를 살리려는 의도이지, 자가용으로 영업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카풀 ‘문화’가 아니라 카풀 ‘사업화’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또 택시뿐 아니라 전업 카풀 운전자의 처우도 열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양덕 전국택시사업조합 연합회 상무는 “카풀 서비스가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혁신경제인 양 호도하지만, 전국 자가용 2200만대를 모두 영업하게 만드는 꼴이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카풀업체만 중간에서 이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우버’나 ‘리프트’ 같은 카풀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2015년 6만3천대 수준이었던 카풀 차량이 10만대 이상으로 증가했다. 카풀 운전자 수도 함께 늘어 수익이 줄었고,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택시기사들이 나오기도 했다. 뉴욕시 의회는 기존 택시기사와 카풀 운전자 모두의 처우가 나빠지자 지난 8월 카풀 차량의 대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 상무는 “혁신성장이나 4차 산업혁명을 하더라도 기존 질서를 고려해야 하는데, 지금 논의 테이블엔 우리의 목소리가 담길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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