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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직장갑질에 노조방해까지” 몸살 앓는 문체부 공공기관

등록 2018-10-18 11:54

한국저작권보호원 간부 “지랄들…가정 없다 생각하라” 폭언 갑질
수당 안주고 휴가도 막아…현장 조사한 문체부는 직원 민원 ‘묵살’
노조 “원장이 노조 무시한 결과” 회사 쪽은 “활동 방해 의도 없어”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 직장 ‘갑질’ 피해자 2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종이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직장갑질 119 제공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 직장 ‘갑질’ 피해자 2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종이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직장갑질 119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한국저작권보호원 직원들이 한 간부의 ‘갑질’을 참다못해 문체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문체부가 이를 확인하고도 묵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등에서 벌어지는 갑질을 근절하고 피해자 보호를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힌 터라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저작권보호원의 경영지원 담당 간부 ㄱ씨는 평소 업무 중 직원들에게 “왜 지랄들이야” 같은 폭언과 반말을 일삼고 “가정이 없다고 생각하고 일하라”면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예산 업무를 총괄하는 ㄱ씨는 직원들의 시간외근무를 인정해주지 않거나 대체휴가 사용을 막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운수노조 한국저작권보호원지부는 ㄱ씨가 자신의 수당을 중복 수급하고 급여를 ‘셀프 인상’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노조 설명을 들어보면, ㄱ씨의 ‘갑질’을 참다못한 직원 김아무개씨는 지난 5월 이 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제기했고, 인권위로부터 민원을 넘겨받은 문체부 담당부서는 6월에 현장 조사를 벌였다. 당시 문체부가 작성한 ‘사실조사 확인서’를 보면 “(ㄱ씨의) 폭언을 들었다. ㄱ씨가 보복하는 성격이라 다들 넘어간다”, “원장에게 문제를 제기했으나 아무 조처가 없었다”, “충분히 위압감을 느낄 상황이었다”는 등의 직원들 진술이 확보됐다. 문체부 쪽은 그러나 지난 7월 노조의 연이은 문의가 있고 난 뒤에야 “증언이 서로 달라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저작권보호원 쪽에 “갈등을 원만히 해소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뒤 사건 처리를 마무리했다.

노조 쪽은 문체부가 저작권보호원의 윤태용 원장을 비롯한 관리자들과 담합해 직원들의 문제 제기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민원을 제기했던 김씨는 문체부 담당 직원으로부터 “별것도 아닌 일로 귀찮게 하지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김우정 노조 지부장은 “소관기관인 문체부가 나서 고충처리위원회를 설치하게 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조처를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문체부 직원들은 오히려 조사 뒤 ㄱ씨와 저녁식사를 하는 부적절한 행동을 보여 조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노조 쪽은 평소 원장과 관리자들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등 조직 내에 간부 갑질에 대한 자정 기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문체부 관료 출신으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을 허가한 결재 책임자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전인 지난해 3월8일 임명돼 당시에도 논란을 산 바 있다. 그는 원장 취임 뒤 “고충이 있으면 나에게 얘기하라”며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노사협의회나 고충처리위원회 설치를 거부해왔고,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우리처럼 작은 조직은 노조가 필요 없다”, “(직함에) ‘장’이 붙은 사람들은 다 노조 탈퇴하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뒤에야 노사협의회를 시작했지만 회의록 작성 방식 등을 문제 삼아 중단된 상태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7월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에서 벌어지는 갑질을 근절하고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9월 기관별로 ‘갑질 특별단속’을 실시하기도 했다.

김영주 의원은 “문체부 고위직 출신인 윤 원장이 문체부 조사를 무마하려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간부의 폭언 ‘갑질’과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지는 저작권보호원에 대해 감사원 감사 청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보호원 쪽은 “원장이 인생 선배로서 직접 직원의 고충을 듣고 함께 고민하는 ‘열린원장실’을 운영하고 있어 이 제도를 잘 활용해보자는 취지였다. 노동조합과 소통 부족으로 오해가 생겼을뿐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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