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탄력근로 확대에…노동계 “52시간제 사실상 무력화” 반발

등록 2018-10-24 16:11수정 2018-10-24 20:05

정부 24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올해 안 구체화” 발표
노동계 “노동시간 정상화 멀었는데…일자리 창출 효과도 사라져” 비판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혁신성장과 일자리창출 지원방안'과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 사전 상세브리핑을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혁신성장과 일자리창출 지원방안'과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 사전 상세브리핑을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24일 ‘노동시장의 현장애로를 해소하겠다’며 현행 최대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 방안을 올해 안에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주 최대 52시간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처이며, 핵심공약의 포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18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회의에선 “사회적 대화를 통해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 방안을 연내에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이 노사 합의로 최대 1년까지 단위기간을 인정하고 있고, 고용부진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나서 재계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노동계는 “올 초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주 최대 52시간제에 대한 사실상의 철회 선언에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 나름으로 양보할 수 있는 카드 중 파급력이 적은 걸 선택한 것이겠지만, 사실상 노동정책의 후퇴”라며 “300인 이하 사업장의 탈법적 노동시간에 대한 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사실상 ‘52시간제’가 방치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회적 대화나 관련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꺼내든 카드”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올 초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부칙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2년 12월31일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을 위한 방안을 준비하도록 한다’고 했는데, 정부가 나서 여야 합의를 깨트린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이런 부칙을 둔 이유는 노동시간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게 당장 더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전체 노동시간이 어느 정도 줄어야 유연화를 검토할 수 있는데, 오이시디 평균인 1800시간을 훌쩍 넘는, 2000시간의 장시간 노동 상황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집중노동을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도 “노동시간 유연화는 사실상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사람들의 니즈가 변화하면서 도입해야하는 제도다. ‘시간주권’이라 부르는, 노동자 중심의 시간 유연화가 가능해야 노동시간 단축이 일가정 양립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이 시점의 탄력근로제 확대는 노동시간 단축의 실효성만 떨어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을 후퇴시키는 과정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사라진단 지적도 나왔다. 유정엽 실장은 “‘단속 6개월 유예’에 이은 탄력근로 확대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사라졌다고 보는 효과가 생긴다. 자연스레 300인 이상 기업의 고용창출 유인이 사라졌고, 역시 내후년 30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될 때도 효과가 무력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비정규직 전환,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모두 초반 의욕을 보였다가 이래저래 계속 후퇴 중이다. 전체 맥락에서 정책들이 다 후퇴하고 있는데 또 비슷한 조처가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발표 뒤 양대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24일 성명을 내고 “지금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는 엄밀히 말해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등 추가개악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예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노동시간단축법의 보완대책이 아닌 노동시간단축 무력화 대책’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이란 핵심공약을 포기한 것으로 여길 만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박기용 이지혜 기자 xe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영상] “내란 세력 선동 맞서 민주주의 지키자”…20만 시민 다시 광장에 1.

[영상] “내란 세력 선동 맞서 민주주의 지키자”…20만 시민 다시 광장에

경호처, ‘김건희 라인’ 지휘부로 체포 저지 나설 듯…“사병이냐” 내부 불만 2.

경호처, ‘김건희 라인’ 지휘부로 체포 저지 나설 듯…“사병이냐” 내부 불만

청소년들도 국힘 해체 시위 “백골단 사태에 나치 친위대 떠올라” 3.

청소년들도 국힘 해체 시위 “백골단 사태에 나치 친위대 떠올라”

“제주항공 사고기 블랙박스, 충돌 4분 전부터 기록 저장 안돼” 4.

“제주항공 사고기 블랙박스, 충돌 4분 전부터 기록 저장 안돼”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5.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