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이었던 지난해 5월1일 발생한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붕괴사고 현장. 이 사고로 비정규직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크게 다쳤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31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해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에서 팔다리를 다친 ‘물량팀장’이 1년6개월 간의 재심사 끝에 산업재해로 승인받았다. 조선업계의 다단계 하청구조 최말단에 놓인 ‘형식적’ 사용자도 노동자로 봐야한다는 판단이다.
25일 고용부 산업재해보험재심사위원회는 지난해 5월1일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로 부상을 입은 진씨가 “외견상 도급사업주이지만 하청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은 노동자”라며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산재보험법의 보호대상에 속하는지 여부는 계약 형식보다 노동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진씨는 지난해 6월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 자신의 부상을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 신청했으나 “물량팀장은 사업주”라는 이유로 기각 처분을 받았다.
진씨는 삼성중공업의 하청업체인 ㅅ산업과 도급계약을 맺은 물량팀장이었다. 사실상 노동자로 일하지만 원청의 요구로 사업자 등록을 해 형식상 ‘사장’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중공업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또 다른 물량팀장 이아무개씨도 2013년 11월 회식 중 기도폐쇄로 숨졌다가 1년이 넘는 재판을 거쳐서야 노동자성을 인정 받아 산업재해로 판정받을 수 있었다. 산업재해 승인을 받지 못한 지난 1년6개월 동안 진씨는 자신의 몸을 온전히 스스로 책임져야 했다. 사고 직후 수개월 동안 자비로 물리치료를 받았다. 진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고 직후 병원에 입원했는데 산재 인정이 안돼서 12일 만에 퇴원했다. 입원비만 150만원이 나왔다”면서 “병원비 부담으로 보름에 한번 꼴로 물리치료 받고 약만 먹었다. 치료는 주로 집에서 핫팩으로 했다”고 말했다.
진씨를 대리한 김태형 변호사(법무법인 믿음)는 “산재 재심사위 결정은 사용자 요구로 어쩔 수 없이 사업자 등록을 하고 일하는 물량팀장의 노동자성을 부인해 온 근로복지공단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산재 적용 때 다단계 하청 노동자가 차별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의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는 노동절이었던 지난해 5월1일 벌어졌다.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32톤급 지브형 타워크레인 충돌해 크레인 아래서 일하던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희생자 31명이 모두 하청업체나 재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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