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시설물 유지관리 분야 비정규직 직원이 일하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일자리 가운데 그나마 젊은 신입 직원이 많은 분야는 ‘보안경비’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다녀간 뒤 정규직화가 예고된 지난해 하반기 보안경비 분야를 맡은 용역회사들은 제2여객터미널 개항을 맞아 직원을 대거 채용했다. 경쟁률이 10 대 1을 넘기도 했다. 8월에 100명, 9월에 200명 총 300명가량을 새로 뽑았는데, 이 가운데 200여명이 이미 회사를 그만뒀다. 지난 26일 인천공항 인근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소형은(45·보안검색지회 조직국장)씨는 “주야 교대제로 근무하면서 순찰활동을 하는데 하루에 15~20㎞씩 걸어야 한다. 20일 정도 일하면 400㎞를 걷는데 못 버티고 나가는 일이 잦다. 1년치 퇴직금 받는 시점이 되면 절반이 그만둔다. 지금도 한달에 30명씩 사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 등에 바탕하면, 인천공항 보안검색 담당 비정규직의 초임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공항공사와 용역회사가 계약을 맺은 2016년 설계된 시간당 임금은 올해까지 7100원가량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서 용역사가 임금을 일부 보전해 겨우 법 위반을 피했다. 보안경비·검색 분야에서 일하는 3700명 가운데 70~80%인 7급(최저 직급)이 이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다수가 이런 상황이다.
“정규직이 된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일은 힘들고 임금은 낮고… 공사 정규직이 된다고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는 걸 느낀 거죠. 이젠 전처럼 젊은 지원자도 없어요. 공항공사가 청년 선호 직종에 들어간다지만, 우리 같은 경비나 환경 쪽은 아닙니다.”
인천공항에선 이들 말고도 공항운영 지원, 시설물 유지관리, 환경미화 같은 분야에서 비정규직 1만명가량(1·2터미널 포함)이 용역회사 60여곳에 속해 일해왔다.(그래프 참조) 흔히 ‘인천공항 직원’이라 부르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은 14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인천공항은 정규직화 대상자 9785명 가운데 ‘생명안전업무’ 종사자 2940명을 공항공사가 별도 직군을 만들어 직고용하고, 나머지 노동자는 자회사 2~3곳을 설립해 고용하기로 했다. 이때 관리직 이상은 경쟁 방식으로, 관리직 미만은 면접과 적격심사를 거칠 계획이다. 대상자들은 마지막 용역계약 만료일인 2020년 6월까지 공항공사 자회사로 순차 이전한다. 현재 용역사는 44개로 줄었으며 일부 비정규직들은 정규직화 중간단계라 할 임시법인으로 옮겼다.
이들의 정규직화는 용역회사가 사라져 고용이 안정되는 것일 뿐, 기존 공항공사 정규직과의 임금 차이는 여전하다. 공항공사로 직고용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현재 용역사(비정규직) 임금은 공항공사 정규직의 30~40% 수준인데, 용역사의 일반 관리비가 임금으로 이전되더라도 40%가 최대”라며 “그나마 인상되는 임금은 모두 (기본급이 아니라) 복리후생비 형태로 지급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처우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
젊은 신입 많은 보안경비 직원들
1년 퇴직금 받을 때 절반이 관둬
“일 힘들고 최저임금 못 미치는 월급
처우 알려지니 청년들 지원 안해”
고용세습 비판에 할 말 잃어 평균 연봉 8140만원은 공사 정규직
직고용·자회사 정규직 돼도 40% 수준
10년째 환경미화 일하는 직원
“일할 사람 없어 가까운 사람 쓰는데
가족 많다고 이상? 상황 모르는 얘기”
<조선일보>는 지난 26일과 27일 기사와 사설로 인천공항 정규직화 과정에서 “1.5%만 ‘경쟁채용’ 하기로 했다”, “평균 급여 8140만원의 일자리를 자기들끼리 나누며 청년 구직자들의 기회를 봉쇄했다”며 노조를 비판했다. 사실상 ‘가짜뉴스’다. 8140만원은 기존 공항공사 정규직 임직원이 받는 평균 보수액이다. 비정규직들이 직고용되거나 자회사 정규직이 되어도 이 금액의 40%를 받지만, 마치 이들이 기존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인 양 보도했다.
“제가 21년간 인천공항에서 일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경쟁채용이란 걸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전부 알음알음으로 뽑아왔죠. 지난해 대통령 방문 이후 뽑은 사람들도 많이들 나갔어요.”
인천국제공항의 ‘열온공급시스템’을 관리하는 김준영(45·부대교통지회 지회장)씨의 말이다. 그가 속한 회사 직원은 105명인데, 지난해 대통령 방문 이후에만 118명을 추가 채용했다. 이전부터 일해온 50여명을 제외하고, 신입들은 계속 들고 났다. 정원보다 더 많은 사람을 채용했지만 고스란히 다 떠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1999년 2월 설립)가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이던 1997년 8월 입사한 그는 줄곧 공항의 냉난방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그간 그가 속한 회사는 6번 바뀌었다. 임금이나 처우도 함께 달라졌다. 인천공항이 3년이나 5년 단위로 발주한 저가 경쟁입찰로 일감을 따온 회사는 급여가 박했다. 회사가 바뀌며 고용이 중간중간 끊긴 탓에 퇴직금도 연차만큼 쌓이지 않았다. 젊은 신입들은 금세 나갔다.
인천국제공항 보안경비 분야 비정규직 직원들. 공공운수노조 제공
인천공항의 비정규직들은 지난해 11월 정규직 전환 연구용역 공청회를 섬뜩하게 기억한다. 공청회장에서 정규직들은 비정규직들에게 비난과 야유를 보냈다. ‘우린 대학, 대학원까지 가서 공부하고 몇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사했는데, 왜 당신들은 공짜로 정규직이 되려 하느냐’는 것이었다. 한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이 나서 “공시생들이 화장실 청소하고 기계 수리하느냐. 일 자체가 다른데 그리 얘기할 수 있느냐”고 울먹이자 장내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비정규직들은 최근 고용세습 논란도 그런 오해나 곡해의 연장으로 이해한다. 10년째 인천공항 환경미화 일을 하는 정명선(51)씨는 “지금 일하는 사람 중엔 부부나 부녀간, 모자간도 있다. 사람이 없어 가까운 사람 데려왔고 그렇게 공항이 운영돼왔던 건데 ‘가족이 많으니 이상하다’는 건 정말 상황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펴는 이유는 애초 정규직이 해야 할 상시·지속적 업무에 비정규직을 썼기 때문이다.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과정이고, 이전 정부에서부터 추진된 정책인데도 야당과 보수매체가 일부 기관에서 나타나는 문제로 정규직화 정책 전반을 싸잡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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