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부 남편 덕 ‘비정규직 아내 초고속 승진’ 의혹
지목된 당사자 박씨 “감사실도 알아…비리인 양 호도”
지목된 당사자 박씨 “감사실도 알아…비리인 양 호도”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고용세습’ 사례로 언급한 것은 ‘노조 간부를 남편으로 둔 비정규직 아내의 초고속 승진’이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탑승교지회장 박상민(47)씨가 당사자다. 지난 26일 만난 박씨는 “남들이 외면하는 일자리를 아내에게 소개했지만, 특혜는 전혀 없었다”며 “공사 감사실이나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를 대단한 비리처럼 호도했다. 어이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박씨 아내는 2010년 입사했다.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인 박씨와 그 아내가 일하는 탑승교는 활주로에서 승객이 항공기를 타고 내릴 때 이용하는 ‘다리’다. 한쪽은 공항 건물에 붙박여 있지만 반대편은 항공기 위치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이들은 탑승교를 조종하는 ‘특수운전’을 한다. “탑승교가 뭔지 잘 모르는데다, 버스 운전 같은 일보다 급여가 적어 모집공고를 내도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자리가 비면 직원들을 통해 추천받는 게 관행이었다”고 박씨는 말했다.
‘초고속 승진’은 아내뿐만이 아니었다. 아내가 ‘사원3’ 직급으로 입사한 이듬해 용역사는 초임을 낮춰 ‘사원4’ 직급을 새로 만들었다. 덕분에 1직급 자동 승급된 아내는 2016년 입사 6년 만에 동료 20여명과 함께 ‘사원2’로 승진했다. 급여가 15만원 올랐을 뿐이다. 그러다 올해 제2터미널이 개항하면서 새 용역사가 아내 등 기존 직원 39명을 데려갔고, 1직급씩 일괄 승진시켰다. 2직급씩 승진한 이들도 일부 있었다.
박씨는 “내가 일하는 1터미널의 탑승교 정원 87명을 다 채워 일한 적이 거의 없다. 공고를 내도 한달 동안 지원자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차라리 고용세습 할 만한 일자리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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