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 두번째)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의 탄력근로제 확대 방침을 두고 “일방적인 법 개정은 강력한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와 정치권의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이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실태조사나 충분한 공론화 없는 일방적 추진”이라며 “노사정 대화를 더욱 갈등으로 치닫게 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청와대 앞에서 ‘11·21 총파업 결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는 존중과 토론이 아닌 대결과 일방통행으로 노동계를 몰아가며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법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에게 여야정 협의 테이블을 제안하면서 노동법 개악에 나서려는 본심을 드러냈다. 정부여당이 노동자에게 등을 돌리면 보수진영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일방적인 탄력근로제 확대에 앞서 노동시간 규제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발간한 ‘이슈페이퍼’를 통해 “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속휴식시간제를 도입하고 노사 간 단체교섭을 통한 탄력근로제 합의가 보장되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선결되어야 한다”면서 “주휴일에 노동을 금지하는 법, 연간 2∼4주 이상 장기 휴가제도 등 노동자 휴식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노사정 공개토론 제안 △대국민 여론조사 실시 △산업별 장시간 노동실태와 탄력근로제 확대 부작용을 밝히는 증언대회 등을 진행해 탄력근로제 확대를 저지하겠다”고 했다. 21일에는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파업 대회를 연다.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동시간 제도개선 위원회에 참여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겠다고 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사회적 대화 틀 안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의 문제점을 최대한 공론화할 예정이다. 탄력근로제는 노사 견해차가 큰 만큼 연내에 합의를 이루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정치권이 사회적 대화 기구를 무력화하고 졸속 처리를 강행한다면 한국노총도 사회적 대화 불참 등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정치권은 탄력근로제의 효과나 부작용을 따져보지 않고 근거 없이 경영계의 이익만 대변하며 제도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시기를 못 박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가 처리하겠다’는 태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명분 쌓기용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압박하는 정치권 태도에 대해선 노동 전문가도 우려를 표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여당은 경영계의 불만을 잠재우는 방식으로 탄력근로제 확대를 꺼내 들었지만 이런 태도는 노동개혁의 신뢰를 깎아 먹고 노사 갈등만 촉발할 뿐이다. 사회적 대화가 본격화하는 상황에 이렇게 노동계를 배제한다면,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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