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12일 오전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리는 서울 새문안로 에스타워 앞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과 7대 입법과제 연내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최소한의 입법 과제를 담은 공익위원 합의안을 마련했다.
해직 공무원·교원의 노동조합 할 권리 보장에 합의한 공익위원안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해결에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교원노조법 제2조는 2013년 10월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내린 근거였다. 이는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서 수차례 폐기를 권고한 조항이다. 전교조는 정권 교체 뒤 법외노조 직권취소 처분을 기대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난색을 표해왔다. 이번 공익위원안을 시발점으로 관련 법 조항이 개정된다면 법외노조 문제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공익위원들은 노조 설립 제도를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확보하는 본래 취지”에 맞게 정비하라는 내용도 담았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2항은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할 수 있게 해, 행정관청의 일방적인 법외노조 통보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익위원안은 이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명목상 ‘신고제’지만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돼온 실태가 바뀌면 ‘노조 할 권리’가 확장되는 계기가 된다.
이 조항과 관련된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보장 문제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사실상 노동자처럼 일하지만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간주돼 노동조합 설립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전국택배연대노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서를 5차례나 반려당한 끝에 신고필증을 받았다. ‘법내노조’가 된 뒤에도 택배업체들은 택배연대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익위원안은 위원회에 참여하는 노사정 외 제3자가 마련한 안이란 면에 의미가 있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아닌 노동분야 전문가들이 마련한 공익위원안은 앞으로 이어질 핵심협약 비준 논의의 기준점이 된다. 박수근 노사관계개선위원회 위원장은 “노사가 추천한 공익위원 전원이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도출했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익위원안이 제출됐지만 노사가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한 과제는 남았다. 박 위원장은 “경영계가 핵심협약과 직접 관계가 없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을 포함해 논의하자고 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경영계 주장대로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면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논란이 적지 않다. 이는 내년 1월까지 이어질 노사 후속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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