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이용한 노조탄압 매뉴얼 확산

등록 2018-12-05 19:59수정 2018-12-06 10:58

1명이라도 많으면 교섭권 독점 가능
기존노조 교섭에서 배제하는 전략
“교섭권이 사용자 권리인냥 전도”
한 청소노동자가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 청소노동자가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제도’가 사용자의 노동조합 탄압 전략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비교적 회사에 우호적인 노조를 지원해 조합원을 확보한 뒤 기존 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방식이다.

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광운대학교·고대안암병원 등에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때문에 민주노조가 교섭권을 빼앗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한 사업장에 여러 개의 노조가 있을때 조합원이 단 1명이라도 더 많은 노조가 단독으로 교섭권을 가지고 회사쪽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011년 복수노조제도를 시행하면서 함께 도입됐다.

공공운수노조 설명을 들어보면, 서울지부 광운대분회는 설립 뒤 5년 동안 용역회사와 단체교섭을 해왔지만 오는 8일부터는 교섭권을 잃게 된다. 지난 3월 용역회사가 ㄱ업체로 바뀐 뒤 사업장 내 다른 노조인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의 조합원 수가 급격히 늘어나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가 다수노조일 때 ㄱ업체는 ‘모든 노조와 개별교섭을 한다’고 합의한 바 있지만 정작 공공운수노조가 소수 노조가 되자 이 합의를 깼다. 최용락 공공운수노조 조직부장은 “교섭을 못하는 노동자들은 사실상 노동3권이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ㄱ업체의 합의 파기 뒤에는 부당노동행위로 잦은 논란을 일으킨 용역회사 ㅌ업체의 자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운수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ㄱ업체 대표는 개별교섭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연세대학교 용역을 맡은, ㅌ업체 친구가 자문을 해줬다”고 답했다. 최다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회사가 자기들에게 우호적인 노조를 세우고 지원해 다수노조로 만들고 기존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전략이 ‘노조 탄압 매뉴얼’로 번지고 있다. 머릿수가 하나라도 많으면 된다는 생각에 회사는 더 악착같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공운수노조는 ㅌ업체가 용역을 맡고 있는 고대안암병원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교섭권을 잃은 바 있다. 공공운수노조 고대병원분회는 2004년부터 10여년동안 단일노조였으나 2015년 새 노조가 들어선 뒤 조합원 수가 반토막이 났고, 지난해부터는 아예 새 노조에 교섭권을 넘겨줘야 했다. 이 과정에서 ㅌ업체는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에게 불리한 인사이동을 내거나 사퇴를 종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운수노조는 ㅌ업체가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에게 새 노조 가입을 직접 종용하고 새 노조에만 매달 45만원씩 복지기금을 지급했다며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했다.

노동계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도입 때부터 이 제도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해왔다. 권영국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장은 “교섭권은 노동자의 권리인데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인 것처럼 전도시키는 제도”라며 “현행법 체계에서는 교섭권이 없는 노조는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식물노조가 되기 때문에, 이 제도는 얼마든지 회사가 건강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고사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영상] “내란 세력 선동 맞서 민주주의 지키자”…20만 시민 다시 광장에 1.

[영상] “내란 세력 선동 맞서 민주주의 지키자”…20만 시민 다시 광장에

경호처, ‘김건희 라인’ 지휘부로 체포 저지 나설 듯…“사병이냐” 내부 불만 2.

경호처, ‘김건희 라인’ 지휘부로 체포 저지 나설 듯…“사병이냐” 내부 불만

청소년들도 국힘 해체 시위 “백골단 사태에 나치 친위대 떠올라” 3.

청소년들도 국힘 해체 시위 “백골단 사태에 나치 친위대 떠올라”

“제주항공 사고기 블랙박스, 충돌 4분 전부터 기록 저장 안돼” 4.

“제주항공 사고기 블랙박스, 충돌 4분 전부터 기록 저장 안돼”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5.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