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0월 서울 새문안로 에스타워 앞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입법과제 연내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우리나라 최초의 노동조합은 두량군(斗量軍)으로 알려져 있다. 개항기인 1882년 무렵, 인천항에서 조선과 일본 사이에 쌀을 받거나 넘길 때 그 양을 계랑하는 일을 하던 부두 노동자들이 만든 단체다. 두량군은 우리나라 첫 노동쟁의의 주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 노조는 1948년 헌법과 1953년 노동조합법이 마련되면서 비로소 법적 실체로 인정받게 되지만, 노조는 그 이전에 “법보다 빠른, 법과 무관하게 일차적인 노동자 대표체”(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로서 이미 존재했던 것이다. 강경애(1906~1943)는 일제강점기 부두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그린 소설 <인간문제>를 통해 일찌감치 노동자들의 단결의 힘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2016년 말 기준 10.3%에 불과하다. 더욱이 30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조직률이 0.2%에 그치는 등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수많은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들이 노조의 보호망 밖에 있어 잇따른 산업재해 사태에서 보듯이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2019년은 국제노동기구(ILO) 창립 100주년이다. 국제연합(유엔) 산하 조직인 이 기구는 회원국의 노동권을 향상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은 1991년 12월 회원국이 됐다. 그러나 27년이 지난 지금껏 노조 할 권리와 직결되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등 4개의 기본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187개 가입국 가운데 4개 기본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여섯 나라 가운데 한 곳이다.
노동조합 설립을 이유로 계약 해지된 간접고용 노동자, 조합원 중 해고자가 있다는 이유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이 나라 많은 노동자들이 아직도 노조 할 권리란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 한 해가 무심히 저문다.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 없이 노동존중사회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참고문헌: 이정희, 김근주, 박태주, 유범상 <노동조합의 사회적 위상과 미래 역할>)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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