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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통상임금엔 “넣자” 최저임금엔 “빼자”…재계의 ‘주휴수당’ 이중 잣대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8-12-30 20:44수정 2022-08-19 10:50

[더(The) 친절한 기자들]
재계 ‘주휴수당 반발’ 진실은

시행령 개정으로 임금 더 늘어난다?
지금도 포함된 주휴수당을 명문화
국회 최저임금 정할 때도 들어 있어
재계·보수언론, 없었던 것처럼 왜곡

경영계의 임금계산 ‘이중 잣대’
최저임금 따질 땐 “주휴시간 없애자”
통상임금 계산 땐 “주휴시간 넣어야”
기본급 낮은 기형적 임금체계 낳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입금법 시행령(안) 개정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입금법 시행령(안) 개정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최저시급 8350원, 2019년 시행을 앞두고 주휴수당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31일 국무회의에선 유급주휴시간을 명문화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될 예정인데요.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은 갑자기 인건비가 늘어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 시행령이 개정되면 월급을 더 받게 되는 걸까요? ‘더(The) 친절한 기자들’이 꼼꼼히 따져봤습니다.

시급제 노동자는 임금 자체가 시급으로 계산돼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알아보기 쉽지만, 월급제 노동자는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해야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알 수 있지요. 월급 명세서에 시급이 나오진 않으니까요. 그동안 정부는 ‘기본급’(분자)을 ‘근로시간+주휴시간’(분모)으로 나눠 시급을 구해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따졌습니다.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1988년부터의 관행입니다.

경영계는 이미 분자를 바꿨습니다. 지난 5월 국회는 최저시급을 계산할 때 기본급만 넣던 방식에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도 포함하도록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분자’(산입범위)를 늘렸지요. 이제는 ‘분모’도 바꾸자는 겁니다. 산입범위(분자)가 커지고, 단위시간(분모)이 작아지면 누가 좋을까요? 숫자의 마법은 경영계에 유리합니다. 임금을 올리지 않아도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정부가 분자 분모의 공식을 ‘바꾸지 않는다는’ 겁니다. 기존 시행령에는 최저시급 계산 시 ‘분모’를 ‘소정 근로시간 수’로 정하고 있습니다. 1990년부터 대법원이 ‘소정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이 포함된 것으로 판단했지만 정부가 시행령 조문을 정리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최근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자 정부는 오랜 관행을 시행령 조문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올해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정할 때도 주휴수당을 포함한 것으로 전제했다는 사실을 재계와 보수언론은 마치 ‘없었던 전제’처럼 모르쇠 하지요. 주던 것을 주는 것으로 명문화한다고 갑자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경영계 주장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노동자 ㄱ씨의 임금은 위기에 처합니다. 그는 주 40시간 일하고 유급주휴일이 법에 정해진 대로 하루(대부분 일요일)인 월급제 노동자입니다. ㄱ씨는 한달에 기본급 160만원을 받습니다. 지금 기준대로라면 ㄱ씨 시급은 〔160만원(기본급)÷209시간(월 근로시간+주휴시간)〕으로 계산해 7655원입니다. 새해엔 최저임금법 위반이지요. 그러니까 임금을 올려줘야 합니다.

그러나 경영계의 계산법은 다릅니다. 주휴시간(월 35시간)을 빼고 〔160만원(기본급)÷174시간(근로시간)〕으로 계산해 ㄱ씨의 시급이 9195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는 ㄱ씨의 임금을 올려주지 않아도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수 있게 되죠. 심지어 ㄱ씨 월급을 최저시급 8350원에 맞춰 145만2900원으로 깎아도 최저임금 위반이 아닙니다. 정작 문제는 5천만원 연봉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가 아니라 최저임금 선상에 있는 노동자들인 거지요.

‘실제 일한 시간만 넣자’는 주장은 통상임금을 계산할 때면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기본급’(분자)을 ‘근로시간+주휴시간’(분모)으로 나눠서 통상임금을 계산하는데요. 기업들은 최저임금 때와 달리 여기서는 분자(기본급)를 줄이고 분모(시간)를 키우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연장근로수당, 퇴직금 등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낮출 수 있죠. 기본급은 낮고 상여금과 수당이 덕지덕지 붙은 기형적 임금체계가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유급주휴일을 노사 합의로 이틀로 늘린 기업들도 있는데요. 노동자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통상임금을 줄이는 ‘꼼수’입니다. 임금(분자)은 그대로인데 ‘근로시간+주휴시간’(분모)이 209시간에서 243시간으로 늘어나면 통상임금이 적어지거든요. 이러니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렇게 누적된 임금체계 문제를 그대로 두고 ‘최저임금 흔들기’에 시선을 뺏기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저임금 문제는 임금체계 전반에 걸친 개혁을 우리 사회가 추진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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