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남은 연차휴가는 퇴직 전까지 언제든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이유로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수백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고용노동부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이 입수한 '대한항공 사업장 수시근로감독' 자료를 보면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은 연차수당 244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생리휴가 3000건을 부여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우아무개 부사장을 지난해 9월 형사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은 1년에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이를 쓰지 못하면 회사는 노동자에게 못쓴 날짜만큼 수당(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줘야한다. 생리휴가는 사용자 마음대로 사용날짜를 변경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대한항공 쪽은 생리휴가 미지급은 인정하면서도 연차수당 미지급은 다소 억울하다는 태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생리휴가는 승무원들이 장거리 비행을 가기 때문에 원할 때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남은 연차는 해가 가도 소멸하지 않아 언제라도 쓸 수 있도록 보장하고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은 퇴직시 지급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이 될까? 연차휴가를 쓰지 못한 원인이 노사 어느 쪽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상임노무사는 “노동자가 ‘올해 휴가을 안쓰고 내년 휴가와 합쳐 길게 쓰고 싶다’는 식으로 요청한다면 회사는 재량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이런 방침을 취업규칙 등을 통해 일괄 적용했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