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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고용노동부 “‘과로사 방지법’ 반대”에 “안일한 태도”비판 목소리

등록 2019-01-27 15:42수정 2019-01-27 21:06

전체 업무상 질병의 36% ‘과로사’인데
정부는 ‘과로사 방지법’ 제정에 반대
“외국 입법례 없고 과로사 개념에 이견”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역 인근에서 한 금속회사 야간근무자들이 통근버스에 오르고 있다. 안산/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역 인근에서 한 금속회사 야간근무자들이 통근버스에 오르고 있다. 안산/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과로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과로사 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정부가 과로사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25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15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과로사 등 예방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관한 검토’ 문서를 살펴보니, 고용부는 “일본을 제외한 외국 입법례가 없으며 과로사 개념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과로사 방지법 제정에 반대했다. 이 문서에서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조 ‘정부의 책무’에 “장시간 근로 등 업무 과중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지원 및 지도”라는 한 문장만 추가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면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7년 3월 신 의원은 ‘과로사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으나 아직 별다른 논의 없이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로사·과로자살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새날)는 “한국, 일본 등 특정 국가에만 나타나는 과로사를 막기 위해 법을 만들자는데 다른 나라에서 입법 사례를 찾는 건 논리적이지 못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과로사를 방지할 구체적인 규정이나 사업주 처벌 규정이 전혀 없는데 거기에 ‘정부의 책무’ 한 줄 추가한다고 해결될 것이라 보는 안일한 태도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과로사·과로자살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뇌출혈 등 뇌·심혈관계 질환이 나타나 숨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한국·일본·대만 등에만 있는 특이 현상이다. 과로사·과로자살은 단순히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실적 압박, 고용 불안정, 직장 내 괴롭힘 등 복합적인 이유로 발발한다. 2017년 전체 업무상 질병 가운데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35.7%에 이른다. 과로자살의 경우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나 전문가들은 최근 증가하는 자살 가운데 상당수는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과로사의 발생 원인이 다층적인 만큼 노동시간 제한이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만으로는 예방이 어렵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인아 한양대 교수(직업환경의학)는 “일본의 과로사 방지법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법·제도적 제재를 넘어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동권 교육, 건강권 인식 제고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현재 일본은 이 법을 바탕으로 국가 단위의 계획을 수립하고 노동부처·경제부처·교육부처·지자체 등의 협의를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이번 정부 답변은 과로사 방지가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노동자 개인의 건강 문제’로 문제를 국한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신 의원은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과로사 방지법 제정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과로사 근절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과로사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려면 실태조사·교육·연구활동 등의 기반이 되는 과로사 방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사정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과로사 방지법 제정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다. 노동계는 과로사 문제가 ‘장시간 노동’을 넘어서 논의되어야 한다며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경영계는 정부의 ‘과로사 예방 대책’ 수립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는 오는 29일 다시 이견 조율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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