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이튿날 ‘추가 수수료’ 공개하는 배민 라이더는 불안정한 수수료로 ‘내일 없는 삶’ “배민이 라이더 ‘조련’하는 것 같아요”
매일 ’프로모션 요금’(추가 수수료)이 바뀌는 배달의민족 라이더 동행기. <한겨레TV> 갈무리
매일 ’프로모션 요금’이 바뀌는 배달의민족 라이더 동행기. <한겨레TV> 갈무리
2000원, 1400원, 1300원, 1200원, 1300원, 1400원, 1100원…
날마다 내 급여가 바뀌고, 전날 밤에야 정확한 금액을 알 수 있다면 어떨까요? 배달대행 플랫폼 '배민라이더스'(배민)에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가 매일 밤 겪는 ‘실제 상황’입니다. 지난 12월4일 배민이 배달 수수료 정책을 바꾼 결과이기도 하고요.
원래 라이더들은 기본 수수료 3000원에 더해 거리 등에 따른 '추가 수수료'(프로모션 요금)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배민 정책이 바뀐 뒤 추가 수수료 금액이 날마다 달라지는데다, 밤 9시는 돼야 이튿날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됐습니다. 많은 라이더가 매일 밤 9시, 초조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해야 하는 거죠. 적게는 기본 수수료의 17%, 많게는 절반을 넘는 추가 수수료는 라이더의 전체 수입 중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합니다.
매일 ’프로모션 요금’이 바뀌는 배달의민족 라이더 동행기. <한겨레TV> 갈무리
배민 쪽은 주문 수, 기상 상황 등을 근거로 추가 수수료를 책정한다고 설명했으나, 그 정확한 구조를 알 길 없는 라이더들은 ‘밤 9시’를 기다리며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b딱>이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총 5일간 라이더 김영재(가명·29)씨와 함께 수수료가 공개되는 밤 9시를 함께 보냈는데요. 영재씨는 기상 상황, 요일, 뉴스 기사, 한주간 요금 추이 등 갖가지 기준으로 수수료를 짐작하곤 했습니다. 내공이 쌓인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살려면 어쩔 수 없죠!”라고 웃픈(!) 너스레를 떨기도 했고요.
큰 빚이 있었던 영재씨는 ’일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해 배민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많게는 하루 14시간씩 주 6일 일하며 빚을 갚아나간 영재씨한테 배민은 “밉지만 너무 감사한 직장”입니다.
“다만 좀 마음 편하게 일하고 싶어요. 조금 더 우리와 소통하면 배민은 진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매일 ’프로모션 요금’이 바뀌는 배달의민족 라이더 동행기. <한겨레TV> 갈무리
매일 ’프로모션 요금’이 바뀌는 배달의민족 라이더 동행기. <한겨레TV> 갈무리
이튿날 쉬려다가도 수수료가 높게 나오면 애인과의 약속을 취소하는 상황. 한파가 닥치고 폭우가 와서 수수료가 높아지길 바라는 상황. 이런 상황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배민과 '요기요' 두 기업이 합쳐지면 점유율 90%가 되어 배달중개업은 독점 구조가 됩니다. 라이더들은 이에 따라 현재의 불공정한 조건이 더욱 심해질 것을 우려하는데요.
라이더유니온은 기본 수수료를 올리고 추가 수수료의 책정 기준을 공개해 (배민 쪽이) 라이더한테 좀더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배민은 ‘조련’을 멈추고 라이더와의 ‘동행’에 나설까요? 매일 밤 9시 ‘신데렐라 수수료’에 울고 웃는 배민 라이더.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기획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CG·썸네일 이지원 </b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