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험 알린 ‘휘파람 부는 사람’(내부고발자) 중국 의사 리원량 죽음 이후 시민들 ‘휘파람 애도’ SNS 검열·정보통제 속 언론자유·민주주의 요구 거세 “정부 잘못된 대응으로 사태 악화…중심엔 시진핑”
코로나19 이후 중국 시민의 ‘휘파람 노래’가 이어지고 있다. 리원량의 죽음을 애도하는 중국 시민들. 한겨레TV
코로나19 이후 중국 시민의 ‘휘파람 노래’가 이어지고 있다. 리원량의 죽음을 애도하는 중국 시민들. 한겨레TV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 리원량이 2월7일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습니다. 리원량은 코로나19의 위험을 최초로 알렸다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공안에 끌려갔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애도의 여론이 점차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자, 중국 당국은 ‘악의적인 소문을 유포한다’며 다수의 게시물을 삭제하고 SNS 계정을 정지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코로나19 관련 상황을 알리거나 정부를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인 사람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직접 촬영해 사람들에게 알렸던 ‘시민기자’ 천추스와 팡빈은 각각 지난 6일과 9일 이후 연락이 끊긴 상태입니다. 두 사람은 실종되기 직전 “내 뒤에는 공안이 있다” “누군가 나를 격리하려 한다”며 감시에 대한 두려움을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코로나19의) 모든 원인은 시진핑 주석과 그를 둘러싼 막혀버린 제도에 있다”며 중국의 관료주의를 비난한 칭화대 쉬장룬 교수 역시 지난 10일 이후 종적을 감췄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입막음을 시도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침묵을 강요할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 시민의 요구도 외려 거세지고 있는데요. ‘휘파람 부는 사람’으로 표현되는 내부고발자 리원량을 추모하기 위해 중 혁명가인 ‘인터내셔널가’를 휘파람으로 불어 동영상을 찍거나, 검열을 피하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관련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 중국 청년이 늘고 있는 겁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시민의 ‘휘파람 노래’가 이어지고 있다. 리원량의 죽음을 애도하는 중국 시민들. 한겨레TV
코로나19 이후 중국 시민의 ‘휘파람 노래’가 이어지고 있다. 리원량의 죽음을 애도하는 중국 시민들. 한겨레TV
지난 20일 <한겨레>와 화상통화를 나눈 23살 중국 청년 ‘장’도 자신의 SNS에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원한다’ ‘자유 중국’ 등의 게시물을 올린 사람 가운데 한명입니다. “저는 중국이 더 민주적으로, 더 자유롭게 변하길 바랍니다. 중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흐름을 억제하다보니 오늘의 상황은 재앙처럼 되어버렸잖아요.” 장은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 정부의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고, 따라서 코로나19의 비극은 “인간이 만든 재앙”이라고 주장합니다.
중국 시민사회에서 변화에 대한 열망이 느껴지냐고 묻자, 장은 망설임 없이 “물론”이라고 답했는데요. 하지만 당국의 통제로 인해 이러한 목소리가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장의 생각입니다.
“중국에선 정부가 언제 당신을 감시하고 언제 당신의 얘기를 엿듣는지 알 수 없어요. 중국 친구들에게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자고 제안하고 있지만, 다들 신변에 위협을 받을 것을 우려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시민의 ‘휘파람 노래’가 이어지고 있다. 리원량의 죽음을 애도하는 중국 시민들. 한겨레TV
코로나19 이후 중국 시민의 ‘휘파람 노래’가 이어지고 있다. 리원량의 죽음을 애도하는 중국 시민들. 한겨레TV
실제로 장을 통해 그의 친구들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대다수는 영상출연을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대신 이렇게 메일을 보내왔는데요.
“중국 정부는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코로나의 엄중성을 왜곡하여 국민들에게 거짓 소식을 전달했습니다. 시진핑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한 조처는 언론 통제와 사회 통제일 뿐이며 국민의 안전을 위한 조처와 거리가 멉니다.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데 경제적 이익, 특권집단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일을 멈춰야 할 것입니다.” - 23세 중국 남성 ㄱ씨
“저의 위챗 계정도 감시를 당하는 것 같아요. 가장 신뢰를 받아야 할 정부의 공식 데이터를 사람들이 믿지 않기 시작했어요. 소문이 현실이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소문을 더 믿게 된 거죠.” - 24세 중국 남성 ‘천’
감시와 검열 속에서도 중국 시민의 ‘휘파람 노래’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청년이 직접 말하는 중국의 민주주의 물결. 좀더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기획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촬영 조소영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