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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신문사진편지] #14 여기, 노동자가 있습니다

등록 2020-07-05 09:00수정 2020-07-05 09:17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전국 노동자대회'를 개최하려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연기했다. 집회가 예정됐던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속 사진은 지난해 11월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 노동자대회’ 당시 모습이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전국 노동자대회'를 개최하려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연기했다. 집회가 예정됐던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속 사진은 지난해 11월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 노동자대회’ 당시 모습이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4일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대회’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해 송고하는 전산 시스템인 ‘집배신’에 데스크가 올려둔 4일 일정입니다. 토요당직자로서 열심히 일하리라 다짐했으나, 저는 이날 집회를 취재하지 못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해고 금지,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 도입, 비정규직 철폐 등을 전면에 내걸고 5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하는 전국 노동자대회를 열 계획이었습니다.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염병 사태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현실 또한 절박했기에, 기본적인 방역 대책을 마련해 집회를 열려던 것입니다. 그러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집회가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서울시도 거듭 자제와 집회 취소를 촉구하다 지난 2일 집회 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강경책을 동원했습니다.

비정규직 철폐와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을 요구하며 열려던 '전국노동자대회'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연기된 4일 오후 집회 개최 장소였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위를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비정규직 철폐와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을 요구하며 열려던 '전국노동자대회'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연기된 4일 오후 집회 개최 장소였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위를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결국 민주노총은 지난 2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첫 번째 안건으로 4일 전국 노동자대회 연기를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에 대해 “최근 전문가들이 코로나19 2차 유행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고 (또) 감염병 확산 우려의 시각이 있다는 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시기 옥내·옥외 등 집회·시위에 관한 기준이 보편타당하게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에 항의하고 시정을 요청하기로 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집회와 시위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이들이 어떤 대책과 논의도 없이 집회를 원천적으로 차단당하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강조하면서요.

21년 연속 공공서비스 부분 고객만족도 1위를 기록한 우정사업본부의 성과 이면에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다며 우정사업본부의 무리한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4일 열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정본부(준)는 이날 오후 1시 서울지방우정청이 있는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정사업본부가 무기계약직 및 비정규직의 희생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대규모 적자에 경영합리화라는 미명으로 ‘돈벌이’가 안 되는 우체국이나 사업을 폐지하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가장 큰 피해자가 이들 노동자라는 것이다.
21년 연속 공공서비스 부분 고객만족도 1위를 기록한 우정사업본부의 성과 이면에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다며 우정사업본부의 무리한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4일 열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정본부(준)는 이날 오후 1시 서울지방우정청이 있는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정사업본부가 무기계약직 및 비정규직의 희생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대규모 적자에 경영합리화라는 미명으로 ‘돈벌이’가 안 되는 우체국이나 사업을 폐지하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가장 큰 피해자가 이들 노동자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각계 노동·시민단체들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한 제한도 없이, 특정 장소에서의 모든 형태의 집회·시위를 금지한 서울시와 전국 지자체의 조치는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후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돌봄 체계가 중단되면서 아동, 장애인,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도 커졌다. 여성들은 가장 먼저 해고되면서 동시에 돌봄을 전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모든 문제들은 누군가 기자회견, 집회·시위, 온라인 등을 통해 말하고 모이고 행동했기 때문에 알려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같은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약자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할 수 있는 집회·시위가 더 절실하다는 호소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정본부(준) 노동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우정사업본부의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은 ‘전국 노동자대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우체국 앞에서 회견을 준비했으나, 전국 노동자대회가 연기되자 서울지방우정청이 있는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했다. 이정아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정본부(준) 노동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우정사업본부의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은 ‘전국 노동자대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우체국 앞에서 회견을 준비했으나, 전국 노동자대회가 연기되자 서울지방우정청이 있는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했다. 이정아 기자

집회를 저지한 서울시, 강행하려다 접은 민주노총의 입장 모두 이해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4일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지 않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를 가봤습니다. 지금 여기에 노동자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의 힘이 미약해 모이려 했으나, 그마저도 가로막힌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낭떠러지 위기 상황에서 먼저 등 떠밀리는 이들, 그러나 너무나도 당연하게 ‘우리’ 중 한 사람인 이들. 여기, 노동자가 있습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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