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이 순간] 코로나19 총력 대응 뒷편…밀려나는 사람들을 기억하다

등록 2020-02-27 18:16수정 2020-02-28 02:45

고 문중원 기수 농성장 강제철거
서울 종로구청 공무원과 용역 인력들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고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뜯겨지는 비닐천막을 붙잡은 채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종로구청 공무원과 용역 인력들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고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뜯겨지는 비닐천막을 붙잡은 채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 각계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있는 4개 단체 집회 천막이 철거됐다. 인력 1350명과 트럭·지게차 등 차량 10대가 동원되었고, 돌발 상황 대처와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 1천명과 소방관 50명도 현장에 배치됐다. 이날 행정대집행으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 북한이탈주민 단체 등 4개 단체의 천막 일곱동이 치워졌다.

이날은 문중원 경마기수가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지 91일째 되던 날이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지난해 12월27일 유가족이 고인의 운구차와 함께 상경한 지 63일이 지났다. 14년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선진 경마’를 기치로 내건 경쟁체계는 꿈쩍하지 않았다. ‘죽음의 경주’를 멈추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촛불이 켜졌는가. 오체투지로, 108배로 억울한 죽음이 다시 없도록 하기 위해 문제를 널리 알리고 해결을 촉구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지치지 않고 이어졌다. 그러나 설 전 장례를 치르기 위한 노력도 무산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이들의 외침에 마음을 보태는 이들이 지난 22일 전국에서 출발한 ‘희망버스’를 타고 이곳 광화문으로 모이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았다.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2차 촛불행진 준비위원회’와 ‘문중원 열사 2·22 희망버스 기획단’은 지난 20일 희망버스 연기 발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누구보다 시민들의 연대를 기다렸을 고 문 기수의 부인 오은주씨도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중한 건강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담담하게 연기 소식을 전했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거리에 나섰던 이들이 모두의 안녕을 위해 한걸음씩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그리고 27일 농성장이 철거됐다.

일상생활의 불편과 손실을 감수하며 정부의 지침에 협조하는 시민과 기업, 일선의 의료진과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각 부처의 공무원들까지 코로나19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지금까지 풀어온 여러 난제를 헤아려보면, 이 또한 머지않아 잘 극복해내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 믿음 위에서 두려움에 맞서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때에 가장 먼저 돌아보아야 할 것들을 기록하고 기억하자. 위기의 순간에 먼저 지워진 이들도, 함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서울 종로구청 공무원과 용역 인력들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고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는 동안 경찰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이정아 기자
서울 종로구청 공무원과 용역 인력들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고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는 동안 경찰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이정아 기자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 씨와 장인 오준석씨 등 유가족이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정아 기자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 씨와 장인 오준석씨 등 유가족이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정아 기자

시민대책위와 연대 시민들이 농성장 앞에 누워 서로 팔짱을 끼운 채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정아 기자
시민대책위와 연대 시민들이 농성장 앞에 누워 서로 팔짱을 끼운 채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정아 기자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두 팔로 비닐천막을 버티고 서 있다. 이정아 기자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두 팔로 비닐천막을 버티고 서 있다. 이정아 기자

서울 종로구청 공무원과 용역 인력들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고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서울 종로구청 공무원과 용역 인력들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고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시민대책위 활동가가 철거가 임박한 농성장에서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에게 신발을 신겨주고 있다. 이정아 기자
시민대책위 활동가가 철거가 임박한 농성장에서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에게 신발을 신겨주고 있다. 이정아 기자

고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활동가들이 27일 오전 농성장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중 쓰러지는 동료를 붙잡고 있다. 이정아 기자
고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활동가들이 27일 오전 농성장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중 쓰러지는 동료를 붙잡고 있다. 이정아 기자

유가족과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키던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부서진 농성장 아래 쓰려져 있다. 이정아 기자
유가족과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키던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부서진 농성장 아래 쓰려져 있다. 이정아 기자

농성장 안을 지키던 오은주 씨가 떨며 주먹을 꼭 쥐고 있다. 이정아 기자
농성장 안을 지키던 오은주 씨가 떨며 주먹을 꼭 쥐고 있다. 이정아 기자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20년 2월 28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2020년 2월 28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신축 ‘로제 아파트’ 열풍에…‘42년 구축’ 윤수일 조합장도 신바람 1.

신축 ‘로제 아파트’ 열풍에…‘42년 구축’ 윤수일 조합장도 신바람

[단독] 예약조차 힘든 청소년 정신과...4년간 65%↑ 강남3구 최다 2.

[단독] 예약조차 힘든 청소년 정신과...4년간 65%↑ 강남3구 최다

[단독] UAE 원전 이익률 1.6%뿐…체코 원전 경제성도 빨간불 3.

[단독] UAE 원전 이익률 1.6%뿐…체코 원전 경제성도 빨간불

[단독] 권오수→김건희, 주가 조작 후에도 20억 송금…검찰도 알았다 4.

[단독] 권오수→김건희, 주가 조작 후에도 20억 송금…검찰도 알았다

“‘보이지 않는 손’ 이젠 작동 안 해…각자도생은 멸망의 지름길” 5.

“‘보이지 않는 손’ 이젠 작동 안 해…각자도생은 멸망의 지름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