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노동자 손배가압류 현황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11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는 노동자들 뒤로 단란한 가족을 형상화한 분수대의 조형물이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손에 든 채 산화한 지 오는 13일로 꼭 50년이다.
50년 전 노동자의 현실에서 우리는 얼마나 전진했을까. 단순비교가 어려운 까닭은 여럿이겠으나 2020년을 살아내는 노동자들의 어깨에는 `손배가압류'라는 큰 짐이 얹혀 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소송의 특성상 담당 재판부가 단시일 내에 판결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판결을 통한 활용보다는 소송 과정에서의 활용을 목적으로 진행하여야 함.'
이는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문건에 등장한 문장이다. 유성기업 노조파괴와 관련해 유시영 회장과 유성기업 임원, 창조컨설팅 대표, 현대자동차 임원까지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고, 2018년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조사로 노조무력화 시도에 대한 고용노동부 재조사까지 권고했으나 노동자에 대한 손배소는 철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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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컨설팅의 2011년 노조파괴 작전문건을 보면 ‘쟁의조정 거쳐 파업 들어가면 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청구’라고 적시한 것처럼 유성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는 손해보전의 목적이 아니라 노조파괴를 목표로 했다”는 증언 끝에 노동자들은 절규한다. “2011년 제기한 소송이 10년째 살아 노동자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2020 노동자 손배가압류 현황발표 기자회견이 11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려 윤지영 변호사(앞줄 마이크 든 이)가 지난 3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노동자 손해배상 관련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앞줄 왼쪽)이 11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2020 노동자 손배가압류 현황 관련 대정부 요구안 등을 전달받고 있다. 이정아 기자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손배가압류 소송을 당한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2014년에 출범한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는 11월을 `손배가압류 알림의 달'로 정해 다양한 일정을 펼치고 있다.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존을 위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기본권을 손배가압류라는 덫이 어떻게 유린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에서 수집한 다양한 사례들은 뼈아프다.
2020년 노동자 손해배상․가압류 현황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1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 행복하고 단란한 한때를 보내는 가족의 모습을 형상화한 분수대 조각물이 기자회견 참가자들 너머로 보였다. “전태일이 살아있었다면 손배가압류 노동자가 됐을 것이다. 그땐 공안이 물리적·신체적으로 끌어갔다면 지금은 돈으로 탄압하는 것”이라고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는 지적한다.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은 언제쯤 가능할까?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오지 않을 그 날을 위해 오늘도 함께 손잡고 뛰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우체국본부 등 손배가압류 사업장 노동자들이 1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전태일 50주기 수요캠페인에서 전태일평전을 공동 낭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 손배가압류 사업장 노동자들 뒤로 전태일 열사의 동상이 보인다. 이정아 기자
전태일 50주기 수요캠페인이 열린 1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전태일 열사의 뜻을 기리고자 함께한 시민들의 기부로 조성된 기념 동판 위에 참가자들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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