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학자·전문가 공동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수 등 학계 연구자와 의사와 변호사, 간호사 등 각계 전문가 2164명이 공동선언문을 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법안의 세부 쟁점이 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법안에 포함하고 ‘50인 미만 사업장 유예’ 없이 법을 전면 적용하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17일 오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하며 7일째 단식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중대재해법을 반드시 제정하고 △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해야 하며 △산재 사망이 집중되고 있는 50인 미만 소기업에 대한 유예기간 없이 전면 적용하라고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참여자는 교수 734명, 의사 304명, 연구원 296명, 변호사 167명, 노무사 146명, 간호사 89명, 산업위생사 39명, 약사 40명, 기타 349명 등 모두 2164명이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우리는 산업재해와 화학물질 누출사고, 가습기 살균제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고민하는 학계 연구자들이자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하는 안전보건 전문가이며,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이자, 산재, 환경오염 피해, 사고와 재난 피해자를 돕는 법률 전문가들”이라며 “반복되는 산재와 참사의 피해자들을 만나며 기업이 법을 위반한 결과 사람이 죽고 다치고 병들어도 아무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사회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이 비극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중대재해법 제정을 간절한 마음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법안의 세부 내용에 대해 “국민의힘 안에서 누락된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은 꼭 포함되어야 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은 이미 약 20개 법률에 들어와 있는 제도로 기업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안에 포함된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4년 유예’ 조항도 우려가 된다. 산재 사망 10명 중 6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사내하청의 규모를 50인 미만으로 정해 위험을 전가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무조건 유예할 게 아니라 원청이 있는 경우 원청이 책임지도록 하고 영세 사업장의 경우 정부가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다 하고 관리감독을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학자·전문가 공동선언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안에 포함된)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는 관련 법령들에서 안전, 보건, 건강과 관련해 정하고 있는 의무 규정들을 포괄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이어서 입법 기술적 측면에서 적정하고,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도급·위탁관계에서의 공동 의무 부담은 위험의 외주화를 중대재해법이 포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서 과잉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인과관계 추정 규정 역시 지금까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재발 방지를 꾀하기 어려웠던 사정들을 근거로 합리적 범위에서 인과관계를 추정코자 하는 것으로, 환경범죄단속법, 환경오염피해구제법,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특별법 등에 이미 입법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부터 7일째 단식 중인 김미숙씨는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만들어졌을 때 많이 분노스러웠다. 지금 중대재해법이 또 그렇게 간다면 더 이상은 참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빨리 만드는 것만큼 온전히 만들길 원한다”며 “중대재해법을 제대로 제정해서 다음번에 아들에게 갈 때는 할 말이 있도록, 너로 인해 많은 죽음을 막는 법을 만들었다고, 슬프지만 조금이라도 면목이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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