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의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하청노동자가 지난 20일 추락사한 현장. 발을 딛고 이동하는 곳에 틈이 있다. 삼성중공업 일반노조 제공.
경남 거제의 삼성중공업 조선소와 전남 광양의 한 철강업체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21일 금속노조와 삼성중공업 일반노조, 삼성중공업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작업하던 하청노동자 문아무개(50)씨가 지난 20일 오전 추락사했다.
20년 2개월 동안 조선소에 근무하며 하청업체 ㄷ기업 소속으로 배선 관련 업무를 맡아온 문씨는 이날 삼성중공업 3도크 2361호선 엔진룸에서 컨테이너 운반선 ‘에버그린’을 건조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문씨는 이날 오전 10시35분께 엔진룸 상부에 설치된 족장(조선소 등에서 높은 곳에 있는 작업을 위해 설치하는 발판)에서 배선 작업을 하다 발판 사이 간격으로 몸이 빠지면서 5.1m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고가 발생한 뒤 문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약 한시간 뒤인 오전 11시50분께 뇌출혈로 숨졌다. 이번 사망사고를 두고 현장에서는 노동자를 보호할 추락방지시설을 미흡하게 설치한 원청 삼성중공업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중공업 일반노조 쪽이 확보한 현장 사진을 보면, 높은 장소에서 이동하기 위해 노동자가 밟는 발판 사이에 틈이 벌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습 삼성중공업 일반노조위원장은 “족장이 부실하게 설치돼 있었다. 사람이 밟고 다닐 공간이 많이 벌어져 있는데, 보통 족장 간격을 그 정도로 띄우지 않는다”며 “또 족장 밑에 추락을 방지하는 그물망도 없었다. 발판의 안전을 관리해야 할 삼성중공업이 추락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현재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일 오전 8시2분께에는 전남 광양의 철강생산 전문업체인 삼보강업에서도 노동자 노아무개(41)씨가 강판을 절단하는 작업을 하다가 설비 사이에 머리가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씨의 동료가 사고 현장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고, 소방서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노씨는 다량의 출혈을 한 상태에서 의식과 호흡,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 노씨는 이후 곧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도착하자마자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안전 지침 준수 여부 등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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