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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이선호씨 참사 40일째…평택항 컨테이너 점검도 없이 사용중

등록 2021-05-31 19:59수정 2021-06-07 09:51

사고난 개방형 컨테이너만 작업중지
정부 “평택항 개방형 컨테이너 외국소유
안전점검 지시나 자료 요구 어려워”
노후화 연식점검커녕 사용실태 파악도 못해
지난 4월22일 대학생 이선호(23)씨를 덮쳐 숨지게 한 평택항 개방형 컨테이너의 모습. 이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 제공.
지난 4월22일 대학생 이선호(23)씨를 덮쳐 숨지게 한 평택항 개방형 컨테이너의 모습. 이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 제공.
노후화한 개방형 컨테이너가 오작동하며 23살 일용직 노동자 이선호씨가 300㎏ 무게의 날개에 깔려 숨진 지 31일로 40일째가 됐지만, 평택항에선 사고가 난 컨테이너 하나를 제외한 다른 개방형 컨테이너들을 안전 점검도 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평택항에 개방형 컨테이너가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평택항에서는 지난달 22일 이선호씨가 사고를 당한 개방형 컨테이너 하나만 작업 중지를 하고 나머지 개방형 컨테이너는 별다른 점검 없이 계속 사용하고 있다. 평택항은 올해 1분기에만 20만 티이유(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물량을 처리해 컨테이너 처리량에서 부산과 인천, 광양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 5대 항만에 들어간다.

개방형 컨테이너의 노후화는 이선호씨가 사고를 당하게 된 주요 원인이다. 이는 천정 없이 앞뒷면만 고정해 비규격 화물을 운송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양쪽에 각각 300㎏에 달하는 날개가 달려 있어, 이것이 잘못 접히면 작업자가 순식간에 그 아래에 깔릴 위험이 있다. 이선호씨도 개방형 컨테이너 안쪽에서 쓰레기를 치우던 도중 맞은편 날개가 접히며 발생한 진동 탓에, 그가 서 있던 쪽 날개가 순식간에 접히며 변을 당했다. 게다가 요즘 설비들은 날개 안쪽에 설치된 스프링 안전장치가 접힐 때 속도를 줄여주는데, 제작된 지 20년이 넘은 해당 컨테이너엔 이런 장치가 없었다. 또 원래는 사람이 접었어야 할 날개가 노후화로 잘 접히지 않자, 지게차 기사가 차로 밀어서 접었던 점도 문제였다. 사람이 접는 것보다 충격이 커서 이씨가 있던 다른 쪽 날개가 쓰러진 것이다. 평택항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이 장비는 평소 날개를 지탱하는 안전핀이 제대로 뽑히지도 않을 만큼 녹슬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2017년에도 노후화한 개방형 컨테이너로 인한 사고가 있었다. 한 작업자가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를 접는 과정에서 안전핀이 잘 빠지지 않자 이를 잡아당기려 했는데, 핀이 빠지는 동시에 날개가 접히면서 다리가 날개 아래에 끼여 골절상을 입었다. 이 또한 스프링 안전장치가 없는 컨테이너였다. 이선호씨 사망을 부른 중대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같은 문제로 인한 부상 사고가 있었던 셈이다. 이때 개방형 컨테이너를 집중 점검했다면 사망을 초래한 산업재해를 미리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홍 민주노총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위원장은 “평택항 현장에 노후화한 개방형 컨테이너가 많은데 상당수가 사고 이후에도 계속 쓰이고 있어 현장 노동자들이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선호씨 사고 발생 이후 ‘평택항 사망사고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린 해양수산부와 고용노동부 등은 평택항의 개방형 컨테이너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평택항지부와 고 이선호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등에서는 평택항 현장에서 사용되는 개방형 컨테이너가 100여개 안팎인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해수부는 “국내 기업이 소유한 컨테이너만 집계가 가능하다. 국외 기업 컨테이너를 모두 포함한 전체 숫자는 현재 집계한 자료가 없다”는 설명만 내놨다. 노동부도 “전국적으로 수천개나 되는 걸 우리가 모두 파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개방형 컨테이너는 흔히 보는 직사각형 모양의 일반 화물 컨테이너만큼 널리 쓰이진 않지만, 설비 노후화에 따른 고유한 위험이 존재하는데도 연식관리는커녕 사용실태조차 모르는 셈이다.

해수부는 지난 14일 국내 기업이 소유한 컨테이너의 관리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점검도 인천·부산·마산·군산항에 있는 국내 24개 기업만 대상으로 했다. 정작 이선호씨가 사고를 당한 평택항은 점검 대상에서 빠졌다. 국제 협약에 따라 컨테이너 안전 관리 책임은 원칙적으로 컨테이너 소유주와 이를 사용 승인한 항만당국에 있는데, 평택항에는 국외 기업이 소유한 컨테이너만 있는 탓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컨테이너 소유주가 국외 기업이면 통상 외국 항만당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고 안전 점검 결과도 그쪽으로 통보해서, 한국 항만당국이 점검을 지시하거나 관련 자료를 달라는 식으로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부도 사고가 발생한 컨테이너는 사용을 중지하도록 했지만 다른 개방형 컨테이너에 대해선 작업을 중지하거나 노후화를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작업 현장’의 안전을 감독하는 건 노동부 관할이지만 ‘작업물’인 개방형 컨테이너를 점검하는 건 해수부 관할이라는 이유에서다.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은 지난 2017년 타워크레인에서 산재가 빈발하자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 때마다 현장을 찾기도 했지만, 개방형 컨테이너에 대해선 국내에 유통되는 수가 너무 많아 같은 방식으로 감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고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다른 개방형 컨테이너도 노후화한 장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어떻게 점검할지 고민스러운 지점이고 해수부와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외 기업 소유 컨테이너라도 한국 정부가 기본적인 안전장치는 보완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 등에 반영하려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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