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이대학보>기자
대학별곡
“와우! 함께 해요” 지난해 10월 명지대 채플시간, 어깨가 들썩들썩, 학생들의 환호성이 강당을 메운다. 공연하는 시시엠(CCM) 힙합 댄스팀 예사랑도 신이 났다.
지난 6일 이화여대 채플시간에도 환호성이 이어졌다. 개그맨 박수홍씨가 초대됐기 때문. “나 원래 모델이 꿈이었잖아요”라며 운을 뗀 그는 개그맨 시험에 응시 후 합격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던 때가 생각난다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기도합시다’라며 조용히 읊조려지던 기도문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 잠이 들었던 채플시간이 변했다. 그것도 재밌게.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뮤지컬, 연극, 국악, 무용, 명사와의 대화까지 문화공연장 못지 않다.
연세대는 낙태, 사형수, 조선족, 새터민 등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특강을 이어가고 있다. 이화여대 역시 김혜자, 김주하, 신애라, 김제동씨 등 방송인들과 함께하는 채플시간을 마련했다. 지난 학기에는 조기숙 교수의 무용작품 <사랑은>이, 이번 3월에는 문재숙 교수의 가야금 연주가 학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한신대는 대학로를 채플무대로 옮겨왔다. 지난 3일과 5일에는 수녀들의 코믹 해프닝을 다룬 뮤지컬 <넌센스>를 상연했다.
학생들의 참여도 재미를 더한다. 한동대는 전체 학년을 30명씩 팀으로 묶어 매주 한 팀씩 채플 공연을 한다. 명지대는 재학생들로 이뤄진 공연팀이 가스펠부터 힙합, 댄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문화채플을 주도한다. 성결대는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끼가 담긴 창작극을 상연하기도 한다. 연세대의 3월 채플시간은 음악대 신입생들의 재롱잔치로 시작한다. 신입생들이 독창과 피아노, 마린바, 첼로 연주 등으로 음악회를 꾸미기 때문이다. 이화여대도 재학생들로 이뤄진 채플합창단이 채플의 고정 손님이다.
문화채플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도 높다. 올해 초 명지대의 공연채플에 대한 학생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매우 만족한다가 23.9%, 대체로 만족한다가 51.9%로 전체의 75.9%를 차지했다. 가장 인기 있는 문화채플의 형식은 콘서트(54.7%), 뮤지컬(23.2%), 영상(15.3%), 드라마(6.9%) 순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 이유진(생명과학과 3년)씨는 “비기독교생의 입장에서 문화채플은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다”며 “특히 명상채플이나 가야금 바이올린 연주 등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대화채플은 명사들의 경험과 역경극복, 인생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밌는 채플도 그 강제성에 대한 논란은 잠재우지 못한다. 요즘 매주 대강당에서 채플 자율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종교의 자유를 바라는 사람들’의 엄수홍(기계 2년)씨는 “강제적인 채플 이수제도는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채플이 자율화가 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채플의 강제성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8년에는 숭실대 학생이 강제 채플을 반대하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04년에는 이화여대 오은영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2003년 10월, 명지대 인문대 학생회는 기도하지 않을 권리와 기도할 권리의 평등을 주장하며 채플반대운동을 펼쳤다. 이 학교 인문대의 약식설문조사에서 130명 가운데 100명의 학생이 채플을 자율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연세대의 2002년 조사결과에서는 38.3%가 채플은 졸업을 하기 위한 패스 학점, 20.5%는 무가치한 강제시간이라고 답했다.
외국은 어떨까. 미국의 기독교 학교인 하버드는 1986년 의무 채플을 중단하고 현재 매주 20분씩 약 60여명의 학생이 자율적으로 채플에 참석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기독교 대학인 도시샤대는 이미 60년대 채플이 자율화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학교 측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용석 이화여대 교목실장은 채플은 학교의 정체성이니 만큼 그것이 싫다면 입학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대답은 앞으로도 늘 같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경태 연세대 전도사는 “채플의 목적은 기독교인 만들기가 아니라 기독교 정신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그 통로로 채플이 꼭 필요한 만큼 자율화는 어렵다고 답했다. 성결대 박창영 교목실장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그는 “학교에 입학한 이상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채플을 따라줘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거부하는 학생들도 이해한다”며 “성결대의 일반학부는 채플을 선택으로 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화영/<이대학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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