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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숙사에 남친 오면 왜 안되나요”

등록 2006-04-25 16:14수정 2006-04-26 17:12

대학별곡 / 금남·점호 ‘수도원규율’ 이제 그만

개화기초에 문을 연 이화기숙사는 뭇 남성들의 금기의 대상이었고 여학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8,9세에 기숙사에 들어온 학생 중 기독교인 가정의 학생들에게만 1년에 한번 귀가가 허용되고, 비신교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아예 외출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한다. 마치 중세기 서구의 수도원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요즈음 기숙사는 다르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대학에서 일어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었을 새벽. 여자 기숙사에 한 쌍의 커플이 도둑고양이처럼 들어온다. ‘알코올님’의 인도에 힘입어 무아지경의 세계로 진입한 이들. 서로의 몸짓을 나눈다. ‘그 일’을 치른 뒤 곯아떨어졌다.

문제는 다음에 일어났다. 바로 옆에서 그들의 ‘몸짓 의사소통’을 생방송으로 시청한 또 다른 이가 있었기 때문. 그것도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 ‘아가’가 바로 옆 침대에서 온몸을 벌벌 떨어야 했던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관생이었던 여학생이 비관생이였던 학생에게 몰래 키를 빌려주었고 이 학생은 자신의 남자친구를 몰래 기숙사에 데리고 왔던 것. 이들은 술에 취해 옆 침대에 누가 있는지도 모른 채 ‘그 일’을 저지른 것이고 신입생은 너무 놀란 나머지 이불속에서 끙끙 앓다 커플이 잠든 후 몰래 나온 것이다. 이후 해당 신입생은 기숙사 방을 옮겼고 그 여학생은 학내에 소문이 다 퍼져 휴학했다. 이들은 비관생이어서 기숙사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해당학과에서 징계해야 하지만 목격자가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사건처리는 잠시 미뤄진 상태다.

기숙사의 생활 풍속도가 많이 달라졌다. 대학생들은 더이상 기숙사를 수도원같은 곳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학생들이 위의 극단적인 예처럼 기숙사를 ‘이상한 용도’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학생들은 기숙사가 먼 곳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이 자신을 대신해 학생들을 돌보고 감독하는 곳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중앙대 김다정씨(국어국문학 3)는 “외부에 기숙사를 좀 더 활짝 개방했으면 좋겠다. 기숙사 내에 남학생들이 출입과 섹스는 별개의 문제이다. 아주 극소수의 학생들의 잘못일 뿐이다. 다른 관생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기숙사 규율을 자유롭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한다.

일부 여학생 기숙사에서도 공공연하게 남학생들이 출입하고 있고 비관생들의 출입이 종종 이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명문대로 손꼽히는 한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ㅇ양은 ““남학생이 들어와서 자고 나가는 일이 비밀리에 종종 일어나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남학생이 여학생 기숙사에 들어와 폭력을 휘두르는 일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전남의 한 대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ㅂ양도 “남학생이 몰래 들어와서 자고 가는 일이 가끔씩 있다”고 요즘 기숙사의 세태를 전했다.

이런 현실이니만큼 외부인의 출입을 좀 더 자유롭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

기숙사의 점호시간도 자율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대, 아주대 같이 24시간 출입이 자유로운 곳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저녁 12시에 점호를 하는 기숙사가 많이 있다. 현재 중앙대 서울캠퍼스에서는 1년에 단 하루 ‘동마루 오픈하우스’ 행사를 개최해 외부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점호 시간은 오후 12시로 그 이후에는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다. 외부인 출입의 경우 출입신청서를 써야 하며 이것도 오후 5시 이전에 한해서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나 많이 변했고 대학생들의 생각은 더욱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럴 때 꼭 생각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논스톱>, <남자셋 여자셋>, <하버드 인 러브스토리> 등. 대학생이라면 이들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번쯤은 생각했을 것이다. “<논스톱>에서의 기숙사 모습이 어느 정도 미화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라고.

대학생의 열정과 낭만을 캠퍼스 안은 물론이고 기숙사에서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한아름/<중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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