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강의평가제 요식행위로 전락 위기…

등록 2006-06-27 17:42수정 2006-06-28 14:18

배현아/<덕성여대신문> 기자
배현아/<덕성여대신문> 기자
대학별곡 /
총학생회 시범평가 등 대안 활발

‘강의평가 기간 : 2006년 6월 ○일부터 ○일까지. 평가 미응답 시 성적 열람 불가.’

학기말이면 각 대학 홈페이지나 캠퍼스 곳곳에 게재되는 공지. 강의평가다.

강의평가제는 90년대 중반 대학종합평가제 실시와 교육시장 개방 움직임에 대비해 수업의 질을 높인다는 뜻에서 도입되었다. 학생들은 수업 내용과 담당 교수에 대해 익명으로 평가하는데, 결과는 교원평가에 반영된다.

하지만 강의평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먼저, 수업마다 성격이나 방식이 다른데도 평가 문항이 획일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평가 문항은 ▲강의계획서대로 수업했는지 여부 ▲교수의 성실성 ▲수업 내용과 진도 및 과제물의 적합성 ▲휴강 시 보강했는지 여부 ▲교수에게 하고 싶은 말 등으로 이뤄져 있다. 토론이나 실습 등 일반수업과 형식이 다른 수업의 평가에서는 수업 특성에 맞는 소수의 문항이 제시되지만, 기본 틀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안정선(한양대 영어교육)씨는 “문항이 일률적이다보니 과목의 성격과 달리 왜곡된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제대로 된 강의평가가 이루어질 수도 없다”고 말한다.

평가 결과가 미공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대학은 교원 보호 차원에서 강의평가 결과 미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안씨는 “학생들은 드물지만 무책임하게 수업하는 교수에 대해 자신들의 평가가 어떻게 반영되는지 알고 싶어한다”며 “교수나 학생이 한 학기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 평가도 문제다. 학생들이 평가를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이를 이용해 교수나 수업에 대해 직설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거나 성의없이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학생은 “익명이므로 거리낌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도 있지만 감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며 익명 평가의 양면성을 지적했다.

한편, 덕성여대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구민모 강사는 강의평가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구 강사는 “교수나 학생 모두 강의평가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강의평가는 학생들에게는 성적 열람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에 불과하고, 교수들에게는 학생들이 수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흐름만 보여주는 참고자료 수준으로 쓰여지는 게 현실이다. 수업의 질을 높이자는 본 취지는 어디로 가고, 요식행위로 치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의평가제를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체 강의평가를 실시해 평가 결과가 실린 자료집을 냈는데, 올해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어느 포털사이트처럼 묻고 답하는 킨(KIN)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경희대 총학 송용범 사무국장은 “수업 정보가 축적되어야 하는데 자료집은 해당 연도에만 쓰이고,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지 않았다”며 “빠르면 올해 2학기부터 이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덕성여대 총학도 ‘좋은 대학 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교양 6영역에 대해 강의평가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수강신청 때 도움이 되도록 방중소식지, 자유게시판, 대자보 등에 결과를 공지할 예정이라고. 이 학교 김민지 부총학생회장은 “강의평가 결과를 아는 것은 학생들의 당연한 권리”라며 “개선이 안 되는 수업이 있어서 총학 차원의 평가를 시행하게 됐고, 2학기에는 전과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충남대는 즉각적인 수업 개선을 위해 중간 강의평가를 시행하고 있고, 성균관대도 시범시행 중에 있다. 배재대는 이번 학기부터 수업 특성에 맞게 문항의 범주를 세분화할 예정이다. 대학가의 이런 움직임이 강의평가제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배현아/<덕성여대신문>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