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가 주관한 ‘따뜻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강원도 원주지역 집수리 자활공동체 누리집수리센터 김세복 대표 등이 관설동 최춘자(65)씨 집에서 천장과 벽의 틈새를 막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보조금 생활’ 5명 집수리센터 세우고 자활
환경정의, ‘따뜻한 마을 만들기’
‘정보보조금 생활’ 5명의 일감
에너지 효율 높여 저공해 난방
홀몸노인 집 등 수리 ‘호응’ 산동네 10평짜리 단칸집은 겨울만 되면 항상 추위에 떨었다. 시멘트 벽돌로 지어진 집 벽면과 슬레이트 지붕 사이로는 눈보라가 스며들었고, 아귀가 맞지 않는 방문으로는 삭풍이 파고들며 그나마 남아 있던 온기마저 앗아갔다. 건드리면 무너져 내릴 듯한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의 한 낡은 집에서 30년을 살아온 최춘자(65)씨는 항상 가난이 안긴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했다. 최씨 집에도 편리한 기름보일러가 설치돼 있긴 하다. 하지만 기초생활 수급자인 그가 월 40여만원 남짓한 정부 보조금의 일부를 떼내 살 수 있는 기름은 겨울이면 ‘얼음창고’로 변하는 방 한 뼘을 덥히기에도 부족하다. 설사 보조금을 모두 기름으로 바꿔 보일러를 돌린다 해도 온기는 최씨의 시린 등허리를 미처 덥히기도 전에 금 간 벽과 찌그러진 문 틈으로 먼저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최씨는 이제 영하의 일기예보가 예전만큼 두렵지는 않다. 얼마 전, 단칸집 문 앞에는 눈보라가 들이치는 것을 막아주는 덧벽이 설치됐고 방문도 새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사가 끝난 뒤 최씨는 “웃풍이 너무 센 데서 지내다 보니 관절염이 점점 심해졌는데, 이제 방에 온기가 도니까 다리 쑤시는 것도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에게 따뜻한 겨울을 ‘배달한’ 사람들도 최씨처럼 정부보조금으로 살아오던 김아무개(57)씨 등 50·60대의 ‘가난한 이웃’ 5명이다. 지난해 자활을 위해 ‘누리집수리센터’를 설립한 이들은 지난달 초부터 원주 지역에서 기초생활 수급자와 홀몸노인이 사는 집 16채를 맡아 단열 보강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공사를 하고 있다. 온기를 지켜주지 못하는 낡은 집 때문에 떠는 이들과 일감이 없어 겨울이 더 추운 이들을 서로 이어준 것은 ‘환경정의’라는 환경단체다. 이 단체는 지난해부터 ‘고용-복지-환경’의 연계를 모색해 오다, 올해 정부와 기업 지원금을 얻어 인천과 원주지역 저소득층 주택 30채를 대상으로 ‘따뜻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 ‘환경’이 연계되는 것은, 이전보다 적은 양의 에너지로도 높은 난방효과를 내게 해 에너지 연소에 따른 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저소득층 복지에 고용·환경보호까지 담아낸 미국의 ‘웨더라이제이션’(내후화) 프로그램이 모델이 됐다.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러 최근 방한한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에너지환경정책센터 소장은 “미국에선 이 프로그램으로 연간 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저소득층 가구당 연간 1t 가량의 온실가스 방출 감소 효과를 냈다”며 “1달러 투자에 2.61달러의 효용이 발생해 비용 대비 효과도 높다”고 설명했다. 류휘종 환경정의 초록사회국장은 “내년엔 이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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