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경 장학사
시교육청 사업 앞장 한원경 장학사
대구시립 중앙도서관 한쪽에 마련된 10평 남짓한 영·유아실. 엄마가 첫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를 데리고 와 젖을 물린 채 책을 읽어 주거나 그림책을 보여 준다. 어떤 아기는 책 사이를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기도 한다.
내년 2월 중순쯤이면 대구 전역에서 ‘북스타트’ 운동이 펼쳐져 공공도서관 10곳에서 이런 광경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북스타트 운동은 전국 중소도시 30여곳에서 이미 시작됐지만 대도시로서는 대구가 처음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 북스타트 운동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구에서는 시교육청이 나서서 이 사업을 맡고 있는 점이 다르다.
이미 대구지역 공공도서관에서는 10평 안팎의 영·유아실을 별도로 만드는 공사가 시작됐으며 늦어도 내년 1월 말까지 공사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이곳에는 엄마들이 0~2살짜리 젖먹이를 데리고 와 책을 읽어주고 책을 장난감 삼아 놀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된다. 난방시설과 엄마가 젖을 먹일 수 있는 수유시설 등의 공간도 빼놓지 않고 설치된다.
대구에서 이 운동이 시작된 것은 대구시교육청 한원경(48) 장학사의 노력 덕분이다. 그는 교육청과 대구시 예산 4억원으로 내년에 북스타트 운동을 펼칠 생각이다. 2억원은 도서관에 영·유아실을 짓는 데 쓰고, 나머지 2억원은 책을 구입할 계획이다. 그는 대구에 북스타트 운동을 도입하기 위해 남몰래 3~4년 동안 준비를 해왔다. “아무리 어린 젖먹이라도 그림책을 보여주고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다 알아듣습니다. 젖먹이일 때부터 책과 친해야 합니다. 영아일 때 책과 함께한 1년은 나중에 학창시절 10년 세월과 맞먹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게 되면 학교에 입학해서 학원을 찾지 않고도 공부를 잘할 수 있고 결국은 사교육이 사라질 것으로 믿고 있다. 좀더 많은 예산을 마련해 2008년부터는 공공도서관뿐만 아니라 사립 도서관과 보건소에까지 북스타트 운동을 확대하는 게 그의 꿈이다.
대구/글·사진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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