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경기도 일산의 한 음악감상실에서 열린 여성노숙인 쉼터 지원 음악회에서 이성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바이올린)와 한방원 성신여대 교수(피아노)가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최영미 제공
방송인 최영미·신햬원씨
쉼표를 위한 음악회 기획 지난 12일 오후 8시 경기도 일산의 한 음악감상실에선 이색적인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서울 용산구의 여성노숙인 쉼터 ‘열린여성센터’를 돕기 위한 자리였다. 음악회 제목은 ‘쉼표를 위한 에튀드’. 지치고 어려운 이웃의 쉴 자리를 만들려는 사랑의 나눔터다. 이날 무대에는 이성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바이올린)와 한방원 성신여대 교수(피아노)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과 파가니니의 ‘칸타빌레’를 연주했고, 성우 성병숙씨와 안용욱씨가 음악에 맞춘 시를 낭송해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 작은 음악회는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모두 5번을 진행했다. 출연진들의 출연료는 모두 무료. 음악감상실 돌체도 무료로 매번 장소와 커피를 제공한다. 1인당 3만원, 2인당 5만원씩 걷는 연주회 티켓값은 빠짐없이 열린여성센터의 후원금으로 쓰인다. 이 시설에는 현재 남편에게 맞고 집을 나온 여성, 여성 장애인 노숙인 등 3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음악회를 기획한 이는 아나운서 최영미(방송인·99.1Mhz 국악방송 ‘우리 마음 우리 음악’ 진행자)씨와 작가 신혜원씨. 두 사람은 한국방송 제3라디오에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인 ‘우리는 한가족’에 진행과 구성을 맡았다가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에서 일하던 서정화씨를 고정 출연자로 맞으면서 여성노숙인들의 현실에 눈뜨게 됐다. 남성보다 더 편견에 시달리는 여성노숙인들의 쉼터 마련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서씨가 중심이 돼 지난해 3월 열린여성센터를 열게 됐고 최씨와 신씨가 이곳을 방문한 뒤 뜻을 모으게 됐다. 두 사람은 주변의 방송인과 음악인들의 도움을 얻어 출연진을 꾸리고 관객들을 모아 지금까지 매회 100만~130만원의 후원금을 열린여성센터에 기부한다. 지금 열린여성센터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55만원을 내는 사글세방에서 세를 산다. 센터는 앞으로 후원금을 모아 여성노숙인들의 안정적인 쉼터를 마련하려고 한다. 최영미씨는 “앞으로 3년 동안 음악회를 연장해 1억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노숙인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달 2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음악회에서는 소마트리오가 출연해 연주를 들려준다. 5월에는 가평 가일미술관 아트홀에서 최백호씨의 노래와 연주가 이어질 계획이다. 후원 문의 02-704-5395(열린여성센터). 최영미 011-9000-8444.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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