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작고 고명종씨 가족, 어린이날 400만원 성금
충북지역 민주화 운동 2세대로 충주시의원을 지낸 뒤 암투병 끝에 숨진 고명종(40)씨의 유족이 어린이날 성금을 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성금은 고씨의 아는 사람들이 병원비에 보태라고 전달했었으나 병세 악화로 미처 쓰지 못한 것이어서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씨의 부인 심선화(40)씨는 지난 4일 오후 충주 어린이날 큰 잔치 추진위원회에 400만원권 수표가 든 편지를 전했다.
심씨가 손으로 눌러 쓴 편지 3장에는 “남편의 쾌유를 바라면서 많은 충주시민이 도움을 줬지만 남편이 떠나면서 남편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세 아이와 살아갈 생각을 하면 세상이 녹록지 않을 것을 알지만 남편의 생각에 따라 충주지역 어린이들의 웃음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쓰여 있다.
추진위는 이날 행사에서 심씨의 편지를 읽고 사연을 공개해 참석자들과 고씨의 뜻을 나눴으며, 고씨의 뜻에 따라 어린이들을 위해 성금을 쓰기로 했다.
고씨는 서원대 학생회장으로 1989년 평양축전 참가 등을 준비하다 구속돼 옥고를 치렀으며, 92년 출소 뒤에는 고향 충주에서 농민운동을 하다 2002년 최연소 충주시의원에 당선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씨는 지난해 6월께 희귀암의 일종인 악성 흉막 중피종에 걸려 서울대 병원 등에서 투병을 해 오다 지난 3월15일 숨졌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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