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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픈 것은 부끄러운 게 아냐…괜찮아”

등록 2007-06-10 18:50수정 2007-06-11 19:23

미국 슈라이너 병원 화상 전문의 로란트(가운데) 박사가 8일 오전 충북대병원에서 화상을 입은 한 중학생의 상처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 슈라이너 병원 화상 전문의 로란트(가운데) 박사가 8일 오전 충북대병원에서 화상을 입은 한 중학생의 상처를 살펴보고 있다.
미 슈라이너 병원, 충청지역 어린이화상환자 특별진료
미국 캘리포니아 충청향우회(회장 배준식·63)와 자매 결연을 맺은 미국 슈라이너 병원 화상·소아 전문의 존 로란트(55)박사가 특별 진료를 한 지난 8일, 충북대 병원에서는 감동의 만남이 이어졌다.

배광준(14·보은중2)군은 이날 수업도 마다하고 충북대 병원을 찾았다. 어린나이답지 않게 ‘생명의 은인’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로란트 박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태어날 때부터 왼쪽 귀가 없었던 배군은 2002년 7~9월, 2006년 7~10월 미국으로 건너가 로란트 박사한테서 귀 재생 수술을 받았다. 두 차례 수술로 70%를 회복했다.

배군이 “안녕하세요. 여전히 멋지시네요”라고 자신있게 말하자, 로란트는 “멋지구나. 지금처럼 밝게 생활하고 연말께 한 번 더 수술하면 완벽해지겠다”고 했다. 배군의 아버지는 “사람을 지독히도 피하던 광준이가 수술 뒤 웃음과 말을 찾았다”며 “지난해부터 사격선수로 활동하는 데 집중력이 좋아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군은 “쑥스럽지만 올림픽 등 큰 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면 반드시 박사님께 고마움을 전하겠다”고 했다.


사람 피하던 아이, 웃음찾고 “올림픽서 메달딸래요”
충청 지자체 추천 받아 9년째 200여명 미 초청·치료

슈라이너 병원은 미국내에 22곳의 분원을 둔 아동 전문 자선 병원으로, 1998년부터 충청향우회와 손 잡고 충청지역 자치단체들이 추천한 어린이들을 치료해 왔다. 그동안 충청지역 어린이 200여명을 초청해 치료했으며 2005년부터는 수술·치료한 환자들의 회복·재활 상태를 살피고 추가 수술 환자들을 검진하려고 국내에 의료진을 파견해 왔다.

2005년 11월 학교에서 화산 폭발 화학 실험을 하다 가슴 등에 화상을 입은 임현(13·감곡중1)군도 목까지 올라오는 긴팔 옷을 조심스레 벗었다. 부모·의사 외에는 누구도 그의 몸을 본 일이 없었다.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고개는 늘 바닥을 향한채 입을 열지 않았던 그였다. 로란트 박사는 함께 온 한국계 하이디 박(43)간호사를 통해 “아픈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니까 괜찮아. 충분히 나을 수 있으니까 안심해”라는 말을 통역하게 한 뒤 임군의 상처를 살폈다. 임군의 아버지(43)는 “한 여름에도 상처를 숨기느라 긴팔옷을 입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팠는데 옷을 벗고 상담을 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충청향우회 회장 배준식
미국 캘리포니아 충청향우회 회장 배준식
이날 로란트 박사는 2002년부터 올 2월까지 미국 슈라이너 병원에서 수술·치료를 받은 배군 등 7명의 어린환자와 차례로 만나 수술·치료 경과를 검진했다. 그는 또 임군 등 4명을 새로 진료하고, 병원과 상의해 이들을 미국 병원으로 초청해 수술·치료할 계획이다.

로란트 박사는 “치료한 어린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더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고루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청향우회 배준식 회장은 “슈라이너 병원과 충청 자치단체 사이에 화상 진료시스템을 갖춰 더 많은 고향 아이들을 효율적으로 치료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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