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숙씨와 남편 홍순영씨
세 딸 둔 최기숙씨, 뇌사판정 남편과 “생명나눔” 약속 지켜
“세 딸과 저에게 영원히 좋은 아빠와 남편으로 남을 것입니다.”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진 뒤 뇌사판정을 받은 남편 홍순영(41·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오른쪽)씨를 최근 하늘로 떠나 보낸 최기숙(36·왼쪽)씨는 ‘장기를 기증해 새 생명을 구하자’는 생전의 남편과 한 약속을 지켰다.
아내와 은진(11), 은하(8), 은희(6), 세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홍씨는 지난달 18일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졌다. 평소 앓던 병도 없었기에 가족의 충격은 너무나 컸다.
최씨는 “건축설계 일을 맡아 하는 남편이 최근 힘든 작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과중하게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홍씨는 쓰러진 지 5일 만인 지난달 23일 뇌사판정을 받았다. 불교를 믿는 아내 최씨는 예기치 못한 청천벽력에 슬픔이 컸지만, 부부가 함께 장기기증을 하기로 한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오래 전 친정아버지가 병원에서 투병 중일때 언론을 통해 장기기증 관련 소식을 접하고서, 생명을 구하는 아름다운 일에 동참하자고 약속했다.
홍씨의 심장, 간, 신장, 각막을 받아 5명이 새 삶을 얻었다. 전북대병원 이식 수술팀은 2일 “간과 신장이 환자에게 기증됐으며, 이식수술 환자들은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심장과 신장, 각막은 서울아산병원 등으로 전해졌다.
김영곤 전북대병원장은 “장기기증이 흔치 않은 현실에서, 5명의 생명을 살려내고 세상을 떠난 40대 가장의 아름다움 모습에 숙연해질 뿐”이라고 말했다. 전북대 병원은 뇌사자 관리 전국 최우수병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뇌사 장기 기증자수는 141명으로 2005년 91명에 비해 50명이 증가했다. 올해는 6월 말까지 기증자수가 91명이다. 그러나 1만8310명에 달하는 이식대기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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