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홀로 살고 있는 할머니들이 지난 9일 이화여대 앞 카프카 스튜디오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영정(장수)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사진관·한복집·미용실 ‘총출동’
‘독거노인 영정사진’ 힘모은 서울 아현동 주민들
‘독거노인 영정사진’ 힘모은 서울 아현동 주민들
한세전산고 박정재 교사 사진사로 변신 50명 ‘찰칵’
인근 떡집선 간식 제공도 어르신들 “걱정 덜었어요” 지난 9일 낮 서울 이화여대 앞 카프카 스튜디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차례로 걸어나와 의자에 앉았다. “할머니, 고개를 조금만 왼쪽으로 돌려주세요. 그렇죠. 예~ 좋습니다. 조금만 더 웃으세요. 자~ 김치~.” 할머니 얼굴에 엷은 미소가 돈다. 플래시가 터졌다. 찰칵! 사진사로 변신한 박정재(48) 한세전산고 교사의 셔터 누르는 손놀림이 경쾌하다. 남경애(75) 할머니는 “사진이라고는 젊었을 때 찍은 옛날 사진밖에 없어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영정 사진을 찍게 됐어. 사진만 찍어주는 줄 알았더니, 머리도 만져주고 화장도 해줘 너무 고맙지”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한세전산고와 인근 동네 주민들이 뜻을 모아, 외롭고 고단한 생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홀몸노인들의 짐을 덜어줬다. 각자의 특기와 직업을 살려 십시일반으로 참여하자, 한 장에 5만원쯤 드는 영정 사진이 거뜬히 해결됐다. 촬영 장비와 장소는 박 교사의 제안에 공감한 카프카 스튜디오에서 제공했다. 샘 미용실과 새한 미용실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머리 손질과 화장을 맡았다. 샘 미용실의 송병국(33)씨는 “어르신들이 가게에 오셨을 때 머리를 하고 있던 다른 손님들께 영정 사진을 찍는 취지를 설명하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더니 모두 흔쾌히 허락해줬다”며 “꼼꼼하게 머리를 만져드린 게 아니라 사진 찍을 정도만 다듬은 것이어서 오히려 부끄럽다”고 말했다.
아현주단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입을 한복 4벌을 지원했고, 엄마손 떡집에서도 송편 등 떡을 냈다. 아현주단의 박숙희(53)씨는 “한복을 빌리러 와서는 독거노인들 사진을 찍는 데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런 얘기를 듣고는 도저히 돈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세전산고 교직원 2명과 학생 15명이 안내와 부축 등 자원봉사를 했다. 아현2동사무소는 기초생활 수급권자 가운데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36명을 ‘섭외’했고, 통장회의에서 14명을 추가로 추천받았다. ‘내 인생의 마지막 한 컷’을 선물받게 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연방 함박웃음을 지었다. 고학숙(71) 할머니는 “봉사한다고 나온 젊은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며 한복도 입혀주고 먹을거리도 내줘 고마웠다. 그나저나 사진이 잘 나와야 할 텐데…”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카프카 스튜디오의 송명훈(33)씨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더 기뻤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고향에 갔다 누군가 찍어준 어머니의 장수(영정) 사진을 보고, 서울에서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며 “처음엔 학교 행사로 준비했으나 이웃 주민과 함께 하면 더 뜻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영정 사진들은 액자에 담겨 다음달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전달된다.
이순혁 노현웅 기자 hyuk@hani.co.kr
인근 떡집선 간식 제공도 어르신들 “걱정 덜었어요” 지난 9일 낮 서울 이화여대 앞 카프카 스튜디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차례로 걸어나와 의자에 앉았다. “할머니, 고개를 조금만 왼쪽으로 돌려주세요. 그렇죠. 예~ 좋습니다. 조금만 더 웃으세요. 자~ 김치~.” 할머니 얼굴에 엷은 미소가 돈다. 플래시가 터졌다. 찰칵! 사진사로 변신한 박정재(48) 한세전산고 교사의 셔터 누르는 손놀림이 경쾌하다. 남경애(75) 할머니는 “사진이라고는 젊었을 때 찍은 옛날 사진밖에 없어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영정 사진을 찍게 됐어. 사진만 찍어주는 줄 알았더니, 머리도 만져주고 화장도 해줘 너무 고맙지”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한세전산고와 인근 동네 주민들이 뜻을 모아, 외롭고 고단한 생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홀몸노인들의 짐을 덜어줬다. 각자의 특기와 직업을 살려 십시일반으로 참여하자, 한 장에 5만원쯤 드는 영정 사진이 거뜬히 해결됐다. 촬영 장비와 장소는 박 교사의 제안에 공감한 카프카 스튜디오에서 제공했다. 샘 미용실과 새한 미용실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머리 손질과 화장을 맡았다. 샘 미용실의 송병국(33)씨는 “어르신들이 가게에 오셨을 때 머리를 하고 있던 다른 손님들께 영정 사진을 찍는 취지를 설명하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더니 모두 흔쾌히 허락해줬다”며 “꼼꼼하게 머리를 만져드린 게 아니라 사진 찍을 정도만 다듬은 것이어서 오히려 부끄럽다”고 말했다.
아현주단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입을 한복 4벌을 지원했고, 엄마손 떡집에서도 송편 등 떡을 냈다. 아현주단의 박숙희(53)씨는 “한복을 빌리러 와서는 독거노인들 사진을 찍는 데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런 얘기를 듣고는 도저히 돈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세전산고 교직원 2명과 학생 15명이 안내와 부축 등 자원봉사를 했다. 아현2동사무소는 기초생활 수급권자 가운데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36명을 ‘섭외’했고, 통장회의에서 14명을 추가로 추천받았다. ‘내 인생의 마지막 한 컷’을 선물받게 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연방 함박웃음을 지었다. 고학숙(71) 할머니는 “봉사한다고 나온 젊은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며 한복도 입혀주고 먹을거리도 내줘 고마웠다. 그나저나 사진이 잘 나와야 할 텐데…”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독거노인 영정사진’ 힘모은 서울 아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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