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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성들만의 모스크 지어 차별 없는 인도 꿈꾸다

등록 2007-08-17 21:18수정 2007-08-17 21:33

무슬림 페미니스트 샤리파 카남이 짓고 있는 여성들만의 모스크 공사 현장.
무슬림 페미니스트 샤리파 카남이 짓고 있는 여성들만의 모스크 공사 현장.
현경교수의 이슬람순례 (36) 인도의 무슬림 페미니스트
한 달 된 작은 여자아이를 가운데 두고 7~8명의 여성들이 둘러앉아 사랑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의 이마와 볼에는 조그맣게 까만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악귀의 해코지를 막기 위해 아이의 얼굴에 점을 그리는 인도의 전통적인 풍습이다. 아이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은 기쁨과 경이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아이를 “탕감”이라고 부르며 아이를 어르다가 아이가 한번 반짝 웃으면 더운 날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다.

탕감은 황금을 의미한다. 탕감은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스텝스(STEPS). 라는 인도 남부의 엔지오의 책임자, 샤리파 카남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어머니가 이 지역 무슬림 여성운동의 대모인 샤리파에게 한주먹만큼 왜소한 갓난 여자아이를 보낸 것이다. 아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독신 여성인 샤리파는 그의 언니들, 스텝스의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이 버려진 여자아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오랜 여성운동에 지친 샤리파와 스텝스 직원들에게 탕감은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선물하고 있다. 스텝스 사무실과 붙어 있는 샤리파의 집에는 아이를 보기 위한 여성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마치 동방박사들이 아기예수를 경배하러 오듯이 여성들은 샤리파의 집으로 찾아와 아이를 위한 선물들을 놓고 간다.

인도의 많은 가난한 가정에서는 여자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이 저주다. 이 아이가 커서 결혼을 할 때 집안의 기둥을 뽑아가기 때문이다. 인도의 ‘다오리 시스템’(결혼선물제도)은 신부의 집안에 과도한 선물을 요구하기 때문에 딸 셋을 결혼시키면 집안이 망할 정도라 한다. 그러나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가 설 땅이 별로 없는 인도의 문화 속에서 결혼은 거의 필수이며, 딸을 둔 부모들은 일생을 딸의 결혼을 위해 돈을 모아야 한다. 이런 경제적 부담을 벗어나기 위해 태아의 성 감별을 하여 여아를 낙태시켜 버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태어난 여아를 죽여 버리는 경우도 있다 한다. 그래서 지금 인도에서는 남아 10명에 여아 8.5명 되는 성비례가 생겼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된 힌두교의 전통문화이지 이슬람의 가르침은 아니다. 이슬람 전통을 따르면 도리어 신랑의 집안이 신부를 데려오기 위해 많은 선물을 해야 한다. 이슬람 전통에서는 딸들은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을 권리가 코란에 의해 보장되어 있고 남편들은 아내의 삶을 위해 모든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슬람의 기본 가르침들은 힌두교가 주요 세력인 인도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인도에서 소수 종교인 이슬람은 다수 종교인 힌두교의 풍습을 따라가며 코란에 위배되는 결혼 풍습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성별·종교·카스트 차별은 구습일 뿐 코란이나 인도 헌법과 무관하다. 무슬림 페미니스트인 샤리파 카남은 “법과 경전도 모르는 여자가 설친다 ”고 비난하는 남성들에게 “내가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응수하며 여성들을 위한 모스크를 짓고 있다.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생후 1개월 여자아이를 돌보는 무슬림 페미니스트 샤리파 카남.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생후 1개월 여자아이를 돌보는 무슬림 페미니스트 샤리파 카남.
샤리파 카남은 바로 이러한 이슬람의 힌두화에 저항하며 코란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여성운동을 펼쳐가는 무슬림 페미니스트다. 그녀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에 근거한 ‘세속주의’ 노선의 인도 헌법이 법 앞에서의 남녀평등을 주장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종교법과 종교관습에 먹혀버리는 것을 보고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근거한 이슬람 여성운동을 펼쳐나간다. 세속주의 인도는 공산당까지 허락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라지만 실생활에서는 오래된 종교적 전통과 관습의 힘이 헌법의 힘을 넘어선다. 인도의 훌륭한 민주주의 헌법은 남녀, 인종, 카스트, 종교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나 현실 속에서는 아직도 힌두교 다수에 의한 온갖 차별이 심각한 사회문제다. 인도의 불가촉천민은 인구의 25%나 되지만(거의 미국 국민의 수에 해당한다), 그 막강한 수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차별에 허덕이고 있다. 또한 여성 총리와 대통령이 나오는 나라이며 도처에 힌두교의 여신 예배가 성행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의 여성차별은 폭력적인 다오리 시스템, 여성 태아 낙태, 과부와 싱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을 통해 심각하게 드러난다.

샤리파 카남은 코란의 여성해방적 경전 해석과, 여성 중심의 무슬림 샤리아법 해석과 실시를 인도 무슬림 사회에 퍼뜨리고 있다. 이슬람의 남성 스승들과 법 해석가들은 샤리파에게 “법과 경전을 알지도 못하는 여자가 설친다”고 그녀를 무시하지만 샤리파는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이 가부장적 관습을 바꾸기에 충분하다”고 응수하며 꾸준히 무슬림 여성해방운동을 꾸려나간다. 샤리파가 지금 꿈꾸고 있는 가장 큰 비전은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만의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짓는 것이다. 여성들의 예배 공간을 만들어 가부장제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코란을 배우며 여성 스승들이 샤리아법을 해석하고 시행하는 법적 장치를 만들어 여성들의 삶을 돕고 싶은 것이다. 이미 주춧돌을 놓는 기초공사가 끝난 여성 모스크는 자금 관계로 아직도 벽과 지붕이 올라가지 않았다. 샤리파는 이 건축을 완성시키기 위해 ‘백만여성 기부운동’을 펼쳐가고 있다. 세계의 백만 여성들이 1달러씩 내어 100만달러를 만들고 이것으로 인도 역사 최초로 여성만의 모스크를 완성하여 인도와 세계 무슬림 여성운동의 근거로 쓰겠다는 것이다.

현경교수의 이슬람순례
현경교수의 이슬람순례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은 세계의 모든 여성에게 필요하다. 이것은 가부장제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는 ‘무균실’이다. 이 무균실에서 여성들은 가부장제가 우리 정신, 감성, 육체 속에 밀어넣은 병을 치유하고 건강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 세상을 바꿀 힘을 충전시켜 가부장제로 점철된 세상을 향해 다시 나갈 용기를 얻는 것이다. 일시적인 분리주의(Temporary Seperatism)는 여성 건강을 위한 필수 처방이다.

남아 있는 노잣돈을 다 털어 여성 모스크 건설을 위한 헌금을 하고 샤리파와 탕감의 소박한 집을 나왔다. 인도 남부의 살인적인 더위는 나를 열병에 걸리게 했지만, 억수처럼 쏟아지는 ‘몬순’이 치유의 물처럼 하늘에서 내려온다. 이슬람 여성들에 의한 여성신학, 여성 법 해석이 이슬람 종교를 진화시키고 또한 세계의 다른 종교들도 시너지 효과를 내며 진화시킬 것을 꿈꿔본다. 미개한 종교는 가고 성숙한 종교의 시대가 오기를 바라며, 열대야의 인도를 떠난다.

글·사진 현경 교수 미국 유니언신학대학원 cafe.daum.net/chunghyunk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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