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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무더위도 배움·가르침 열기 못 말려요”

등록 2007-08-19 18:18

윤가희 씨
윤가희 씨
개교 30돌 청주 ‘심지 야간학교’
노인 등 늦깎이 학생들 가르쳐
졸업생·퇴임교사 2400명 만남
“더위요, 배우려는 이들에겐 별 문제가 안되는걸요.”

17일 밤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심지 야간학교에서는 윤가희(21·한국교원대 3·사진) 교장 등 10여명의 교사들이 30여명의 학생들과 푹푹 찌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을 하고 있었다.

50~70대 늦깎이 학생들은 5평 남짓한 교실에서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쳐가면서 아들·딸·손자뻘 되는 교사들의 강의를 놓치지 않으려고 침침한 눈에 불을 켰다.

윤 교장은 “방학이어서 쉬고 싶은 유혹도 있지만 학교를 찾는 할머니 학생들을 생각하면 이내 발걸음이 야학으로 옮겨 진다”며 “흐르는 땀보다 보람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심지 야학은 문해(한글 깨치기)반, 초등반, 중등반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교원대·충북대 등 근처 대학생들이 교사로 참여하고 있지만, 현직 옥천중 교사인 반은섭(27)씨, 청주여자교도소 직원 정미선(27)씨도 교단에 오르고 있다.

학생들은 청주뿐 아니라 청원·증평·조치원 등의 지역에서 모인 주부·직장인 등 다양하다. 대부분 가정 형편 탓에 배우지 못한 한을 지닌 이들이다.

반 교사는 “이해력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할머니 학생들의 열의는 일반 학생들보다 훨씬 높다”며 “공부를 가르치지만 인생은 배우니까 훨씬 많이 남는 셈”이라고 말했다.

심지 야학도 여느 야학과 마찬가지로 운영난·인력난을 겪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청소년 육성기금으로 야학을 지원해 온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야학 수강생 가운데 청소년 비율이 낮다며 지원을 중단하면서 살림살이가 빠듯해졌다. 비영리민간단체 지원금을 받고, 개인 후원자 등을 찾다 모자라 퇴임 야학 교사들이 꾸린 ‘심지 사랑 후원회’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빠듯한 살림보다 교사·학생들을 모으는 것이 더 어렵다. 80년대 초 30~40명의 교사에 150명 안팎의 학생들이 공부하던 시절은 그야말로 옛 이야기가 됐다. 학교 곳곳에 펼침막을 걸고, 전단지를 붙이고, 인터넷 등을 통해 학생·교사들을 모으고 있지만 취업공부·생활에 바쁜 예비 학생·교사 찾기가 쉽지 않다.

윤 교장은 “여러 방법을 쓰지만 쉽지 않아 교사는 퇴임 교사가 학창 생활에서 눈여겨 봐 둔 ‘될성 부른 후배’를 야학에 심고 가는 전통을 많이 따르고 학생은 생활정보지 광고 등으로 모은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 개교 30돌을 맞는 심지야학은 요즘 바쁘다. 이곳을 거쳐간 400여명의 교사, 2천여명의 학생들에게 뜻있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30년 전 교실, 공부 모습 등을 담은 사진전과 학생들의 작품전, 퇴임교사·졸업학생 만남의 시간 등도 마련할 참이다.

윤 교장은 “배워야 할 이들이 아직도 많은데 열악한 상황 때문에 많이 모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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