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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녹색문명의 ‘샘’‘물’이 다시 출렁인다

등록 2007-09-17 19:31수정 2007-09-18 18:25

허병섭 녹색대학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야외에서 약초 수업을 마친 녹색대학 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로 돌아오고 있다.
허병섭 녹색대학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야외에서 약초 수업을 마친 녹색대학 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로 돌아오고 있다.
다시 일어서는 녹색대학
인간·자연·삶 교과서 삼아 생태문화 이끌 인재 양성
재정난 해법 마련하고 교육방식 개편 등 재건 박차

“녹색대학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실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현실에서 배우고 고쳐나가는 데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난해부터 녹색대학의 대표격 일을 하는 허병섭 목사는 〈한겨레〉 기자에게 “녹색대학의 목표는 생태문화공간을 창조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라며, “‘물’(학생)들이 다른 이들을 위해 흘러가 사회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녹색대학은 국내 최초의 대안대학으로,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생태적 삶으로 복귀하는 것을 건학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전문식견을 갖춘 활동가 양성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은 시민환경단체 인사들이 경남 함양의 한 폐교를 사들여 2001년 문을 열었다. 개교 당시 녹색문화학, 녹색살림학, 생명농업학, 생태건축학, 풍수풍류학 등 5개 학과에 10명의 전임교수, 그리고 학생 37명이 모였다. 정규 학위 과정이라기보다는 ‘대안문명’을 사회에 흘려보내는 수원지 역할을 자임한다. 그래서 녹색대학에서는 교수를 ‘샘’, 학생들을 ‘물’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녹색대학은 설립 몇해만에 어려움을 맞았다. 우선 공부와 학교 운영방향을 두고 이견이 컸다. 환경생태학을 학문적으로 심화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공동체적 삶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논란 끝에, ‘샘’도 ‘물’도 지쳐갔다. 결국 2004년~5년에 걸쳐 창립자들을 비롯한 많은 후원자들이 떠나갔고, 매년 30여명에 이르던 학생 수도 크게 줄었다. 창립 당시 2억원의 빚도 갚지 못하고 남았다.

여러 ‘샘’들은 지난해말부터 허병섭 목사를 대표로 해 학교를 재건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허목사는 지난 8월 사단법인 ‘녹색누리’를 만들고, 녹색대학을 사단법인 부설 평생교육원으로 두어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학의 만성적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장치가 이로써 마련됐다.

교육목표와 과정도 개편했다. 개교 초창기 목표는 ‘문명치료사’를 길러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물들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산만하다는 의견들을 냈다. 이에 따라 샘과 물이 함께 하는 토론을 1년 가까이 벌였다. 그런 끝에 ‘인간읽기’ ‘자연읽기’ ‘문명읽기’ 등의 통합수업을 기획해 강사들이 번갈아가며 하나의 주제에 대해 커리큘럼을 짜고 수업하는 방식이 만장일치로 도입됐다. 종전의 교과과정이 다소 추상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삶을 텍스트로 하는 배움터” 개념을 적용했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9월 이번 학기부터 시행한다. 이러한 재건과정을 학교 사람들은 ‘재생‘(Regeneration)이라고 부른다.

기자는 지난 16일 현지를 찾았다. 이날 경남 함양의 학교에는 비가 쏟아졌다. 운동장을 갈아 엎고 만든 작은 텃밭에 심은 상추 모종이며, 학생들이 키우는 논의 벼가 걱정되지 않느냐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다른 것들은 다 쓰러져도, 약을 치지 않은 우리 논밭 작물들은 쓰러지지 않더군요. 농약을 치지 않은 벼들이 수확은 적을지 몰라도, 오히려 재해에는 강해요.”

녹색대학 1기로 졸업 후에도 후원회에서 일하며 녹색대학의 살림을 꾸려가는 바리(35·본명 이희정. 바리는 학교 공동체 안에서 서로 부르는 이름)씨가 씩씩하게 답했다. 문의) 녹색대학 055)964-0986 , www.green.ac.kr

글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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