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노인회관 한글교실 5년째 자원봉사하는 심칠성씨
울산 남구 노인회관 한글교실 5년째 자원봉사하는 심칠성씨
“배움의 기회를 잃어버린 이들한테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울산 남구 대현동 노인복지회관 1층의 40여평 남짓한 강의실에 들어서니 화이트보드 앞에 선 70대 노인이 한 구절을 읽으면 50여명의 70~80대 할머니들이 이어서 교실이 떠나갈듯 우렁차게 따라 읽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한 대목이었다.
학생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이는 선생님인 심칠성(73·사진)씨다. 반장 김순옥(74)씨는 “5년 동안 선생님한테서 한글을 배우고 있다”며 “선생님이 가르치실 때는 엄하시지만 수업이 끝나면 친구처럼 대해 준다”고 말했다.
심씨는 2003년부터 이 곳에서 매주 월·수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씩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2년 전까지는 수학도 1시간씩 가르쳤지만 힘이 부쳐 지금은 다른 자원봉사자한테 부탁했다.
“정규 대학을 나온 젊은 자원봉사자들이 한글을 가르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수시로 그만두자 노인복지회관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1년만 하려고 했는데 벌써 5년이나 됐네요.” 처음 한글을 가르쳤을 때는 15명 정도였던 수강생들이 지금은 60여명으로 늘었다.
수강생들이 늘고 있는 것은 그의 독특한 교수법 덕분이다.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노인들이 돌아서면 배운 것을 까먹지 뭐예요. 그래서 오래 기억하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1970년대 시골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썼던 싸리나무 교수법을 써먹기로 했어요.”
싸리나무 가지로 강의실 바닥에 닿소리와 홀소리 등 글자 모양을 만들어 보여주며 읽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런 창조적인 수업방식은 30여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부단한 노력으로 시조시인·동화작가·시인으로 정식 등단한 실력에서 나온다.
어려움도 많았다. 100쪽 분량의 수업 교재도 직접 만들었으나 예산이 없어 남구청을 찾아가기도 했다. 시중 교재를 구입할 돈이 모자라 지난달부터는 값이 싼 초등 4학년 국어교과서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일제시대 공장이나 정신대로 끌려갈까봐 12~13살에 시집을 갔으며 이후엔 먹고 살기 위해 일만했어요. 그런 점에서 근대화를 이룬 국가와 후손들이 빚을 진 셈이지요.” 그가 5년째 무료 한글 교실을 계속 여는 이유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할머니들은 일제시대 공장이나 정신대로 끌려갈까봐 12~13살에 시집을 갔으며 이후엔 먹고 살기 위해 일만했어요. 그런 점에서 근대화를 이룬 국가와 후손들이 빚을 진 셈이지요.” 그가 5년째 무료 한글 교실을 계속 여는 이유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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