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집수리운동’ 펼치는 현대차 울산공장 임직원·가족들
‘사랑의 집수리운동’ 펼치는 현대차 울산공장 임직원·가족들
“겨울이 무서웠는데 이제는 동장군이 와도 괜찮아.”
조해수(84·울산 동구 방어동) 씨는 요즘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행복감을 느낀다. 그는 자식이 없어 아내(70)와 함께 6평 남짓한 2칸 짜리 허름한 스레트 집을 빌려 살고 있다. 그는 6·25 한국전쟁 때 양 쪽 고막에 손상을 입어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그는 “바닷가에 집이 있다보니 겨울이면 더 추운데, 낡은 보일러가 고장이 자주 나서 해마다 추위에 떨곤 했어. 올해는 보일러가 잘 돌아가서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을 것 같아”라며 활짝 웃었다.
조씨의 집 보일러는 현대자동차 윤여철 사장과 박수철 상무 등 임직원과 가족 20여명이 지난 17일 수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6시간 동안 조씨의 허름한 1층 스레트 집을 말끔하게 고쳤다. 동행한 특전재난구조대 회원들이 능숙한 솜씨로 방과 부엌의 살림도구를 꺼낸 뒤 누렇게 변색되고 곰팡이가 핀 벽지와 장판을 떼어내고 새 것으로 바꿨다. 문짝이 떨어지고 묵은 때가 잔뜩 낀 씽크대 등 주방시설도 새 것으로 교체했다. 구멍난 방충망도 수리해 주고 김장을 담가 김장독도 묻었다. 대문 옆 작은 화단에는 꽃을 심었다. 이날 누더기로 변한 건물 바깥에 페인트를 직접 칠하며 작업을 거들었던 윤 사장은 50여년이 넘는 긴 세월을 난청 장애로 살아온 조씨한테 보청기를 선물했다.
같은 시각 울산 지역 보훈가정 16곳에서도 비슷한 작업이 진행됐다. 대부분 노인성 질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자식이 없이 변두리의 허름한 주택에 전·월세나 소규모 서민아파트에 살고 있는 노인들이다.
이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임직원과 가족 300여명은 지역 보훈가정 17곳의 집을 수리했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연말까지 가구당 100만~300만원씩 1억3000만원을 들여 저소득 100가구의 집을 수리해 주는 ‘사랑의 집수리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윤 사장은 “지역의 대표기업이 함께 더불어 살고 있는 불우이웃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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