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0만원씩 10년 기탁한 보은 농민 유제덕씨
해마다 100만원씩 10년 기탁한 보은 농민 유제덕씨…“힘있는 한 계속”
충북 보은의 60대 농부가 해마다 100만원을 맡기는 방식으로 10년간 1천만원의 장학금을 조성했다. 벼와 고추농사를 짓는 유제덕(62·탄부면 매화리)씨는 11일 면사무소를 찾아 100만원짜리 수표 1장을 내놓는 것으로 자신과 약속했던 10년 장학사업을 마무리했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동갑내기 부인과 함께 속리산 기슭에서 땅을 일구며 2남1녀를 키운 유씨는 1999년 막내 딸이 학업을 마치고 취직을 하자 100만원을 들고 면사무소를 찾았다. “넷째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1천만원이 될 때까지 매년 100만원씩 장학금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그는 그 뒤 10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면사무소를 찾아 약속을 지켰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중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한 그는 “학비가 없어 배움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망 하나로 선행을 이어갔다.
유씨 돈을 꼬박꼬박 모으던 면사무소는 몇 년 뒤 출향 사업가 계환영(60·서울 거주)씨가 고향의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2천만원을 내놓자 이장회의를 소집해 두 사람의 뜻을 전했고 주민들은 그 자리서 장학사업을 위한 ‘탄부사랑회’를 결성했다. 참석했던 이장과 지역 기관·단체장 등이 즉석에서 호주머니를 털어 5만~10만원씩을 내놓는 등 유씨가 종자돈을 댄 장학기금은 10년 사이 4천만원대로 불어났다. 다음달 설 무렵에는 형편이 어려운 초등~고등학생 8명을 뽑아 10만~20만원의 첫 장학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탄부사랑회 총무를 맡고 있는 박주연씨는 “유씨의 뜻을 이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업을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한꺼번에 1천만원을 내놓기 힘든 빠듯한 형편이어서 10년간 장학금을 분납했다”며 “비록 적은 돈이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값지게 쓰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년의 약속기간은 끝났지만 당장 밥 굶을 상황은 아니니 농사 지을 힘이 있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장학사업을 이어가겠다”며 “아내와 상의해 다섯째 아이를 키워볼까 고민하는 중”이라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보은/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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