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경양
한센인들에 1년반 ‘몰래 봉사’ 여고생 구수경양
“특별한 재주가 없어서 어르신들 어깨 주물러드리고 청소일 도와드린 게 전부인 걸요.”
한센병 전문진료시설인 국립소록도병원을 1년반 동안 50여 차례나 드나들며 봉사활동을 펼쳐온 여고생의 숨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전남여고 3년, 2년전 여름 첫 자원봉사
대소변 정리도…“청소나 했을 뿐” 겸손
“봉사확인서도 안받아” 공무원이 알려 주인공은 광주의 전남여고 3학년 구수경(18·사진)양. 구양은 1학년 여름방학을 앞둔 2006년 7월 소록도에서 일주일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편지를 병원 쪽에 보냈다. 병원 쪽은 어린 학생이 대부분 고령이고 장애도 심한 한센인들을 보살피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으로 망설였으나 편지 내용이 하도 간절해 어렵사리 허락을 했다. 구양은 같은 해 8월 초 10여일에 불과한 여름방학의 4박5일을 다른 봉사자들과 어울려 소록도에서 보냈다. 마을 7곳과 병동 4곳으로 구성된 소록도의 슬픈 현실을 체험한 구양은 이때부터 매달 한두 차례 이 섬을 찾았다. 주로 ‘놀토’ 때 1박2일 일정으로 들어가 오전 5시반 아침식사부터 저녁 4시반 저녁식사까지 한센병 어르신들의 귀여운 손녀 노릇을 했다. 보통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식사·세수·보행·목욕을 돕고, 때로는 대소변 뒷정리도 맡아 힘들었지만 왕복 6시간 이상 걸리는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 설 연휴를 전후한 2월4~10일 7일 동안도 소록도 자원봉사회관에서 지내며 친숙해진 어르신들의 집 10여곳으로 세배를 다녔다. 3학년에 올라간 구양은 지난 8~9일 봉사활동을 마친 뒤 “당분간 찾아오기 어려울 것같다. 대학에 들어가면 다시 돌아오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어르신들도 다정한 말벗이던 구양을 한동안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맞잡은 손을 내내 놓지 못했다.
구양은 “소록도에서 한센인 어르신들과 장기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면서 많이 느끼고 배웠다”며 “수학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올해는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생이 돼서 어르신들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연은 최근 소록도병원 자원봉사자 주무관 여동구(50)씨가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에 봉사활동 확인서조차 받지 않고 남몰래 봉사활동을 지속해 온 구양을 칭찬하는 글을 올리면서 비로소 알려졌다. 여씨는 “처음에는 몇번하다 말겠지 했지요. 나중에 고운 마음씨를 알고 ‘저 아이가 내 딸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라며 “해마다 4천명이 봉사활동을 다녀가지만 마음이 끌리는 본보기여서 인터넷에 올렸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대소변 정리도…“청소나 했을 뿐” 겸손
“봉사확인서도 안받아” 공무원이 알려 주인공은 광주의 전남여고 3학년 구수경(18·사진)양. 구양은 1학년 여름방학을 앞둔 2006년 7월 소록도에서 일주일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편지를 병원 쪽에 보냈다. 병원 쪽은 어린 학생이 대부분 고령이고 장애도 심한 한센인들을 보살피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으로 망설였으나 편지 내용이 하도 간절해 어렵사리 허락을 했다. 구양은 같은 해 8월 초 10여일에 불과한 여름방학의 4박5일을 다른 봉사자들과 어울려 소록도에서 보냈다. 마을 7곳과 병동 4곳으로 구성된 소록도의 슬픈 현실을 체험한 구양은 이때부터 매달 한두 차례 이 섬을 찾았다. 주로 ‘놀토’ 때 1박2일 일정으로 들어가 오전 5시반 아침식사부터 저녁 4시반 저녁식사까지 한센병 어르신들의 귀여운 손녀 노릇을 했다. 보통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식사·세수·보행·목욕을 돕고, 때로는 대소변 뒷정리도 맡아 힘들었지만 왕복 6시간 이상 걸리는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 설 연휴를 전후한 2월4~10일 7일 동안도 소록도 자원봉사회관에서 지내며 친숙해진 어르신들의 집 10여곳으로 세배를 다녔다. 3학년에 올라간 구양은 지난 8~9일 봉사활동을 마친 뒤 “당분간 찾아오기 어려울 것같다. 대학에 들어가면 다시 돌아오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어르신들도 다정한 말벗이던 구양을 한동안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맞잡은 손을 내내 놓지 못했다.
구양은 “소록도에서 한센인 어르신들과 장기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면서 많이 느끼고 배웠다”며 “수학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올해는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생이 돼서 어르신들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연은 최근 소록도병원 자원봉사자 주무관 여동구(50)씨가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에 봉사활동 확인서조차 받지 않고 남몰래 봉사활동을 지속해 온 구양을 칭찬하는 글을 올리면서 비로소 알려졌다. 여씨는 “처음에는 몇번하다 말겠지 했지요. 나중에 고운 마음씨를 알고 ‘저 아이가 내 딸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라며 “해마다 4천명이 봉사활동을 다녀가지만 마음이 끌리는 본보기여서 인터넷에 올렸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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