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들이 19일 시민단체, 회원, 기업 등 각계 각층의 도움을 받아 새로 단장한 사무실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겨울에 불나
위로·후원 답지 사무실 수리 새출발
“18년 활동이 헛되진 않았나 봅니다” 불이나 사무실이 모두 타버렸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시민단체, 기업, 후원 회원 등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섰다. 연구소는 지난주 불에 탄 뒤 내부 수리중이었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덕숭빌딩 7층 사무실로 옮김으로써 정상을 되찾았다. 1987년에 만들어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법·제도 개선과 의식개선운동을 펼쳐 온 대표적인 장애인 관련 단체다. 김정하 인권국 간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그동안 살아온 삶을 평가받는다고 하잖아요. 베푼 만큼 도움을 받기 때문이라고요. 그런 점에서 연구소는 그동안 열심히 일해온 것 같습니다.” 실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불에 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장애인재활협회는 같은 건물 8층 공간을 임시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가장 큰 도움을 줬다. 공간이 마련되자 사무용품의 후원도 줄을 이었다. 10년 전 대학생 때 자원봉사를 했던 이현석 회원은 중고 컴퓨터 8대를 수리해 보냈다. 에스케이와 씨제이인터넷㈜에서 각각 중고 컴퓨터 15대를, 현대홈쇼핑에서 액정컴퓨터 5대와 중고전화기를, 에스케이텔레콤에서는 책걸상 등 사무용 집기를 전달했다. 또 같은 동네에 있는 2001아울렛에서는 짐정리에 필요한 박스를 빌려줬고,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는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가스난로 2대를 기증했다. 화재보험을 들지 않아 고스란히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신동아화재에서는 화재보험을 대신 들어줬다. 위로와 격려를 위한 방문도 줄을 이었다. 연구소 회원들은 음료수, 빵, 과일 등 먹거리를 싸들고 사무실을 찾았고, 시민단체 활동가를 비롯, 그동안 연구소와 인연을 맺은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후원금을 전달했다.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용돈을 들고 찾아온 초등학생에서 기업 사회공헌팀과 청와대 비서실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십시일반으로 모은 후원금은 7천만원을 넘는다.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건물주에게 1억여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회사에서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홍진수 사무국 팀장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우리 스스로도 놀랐다”며 “연구소 재정상태가 어렵긴 하지만 지난 18년의 활동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후원문의 (02)2675-8411 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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