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양선(76·사진·노량진수산시장 충남상회 주인)
‘새우젓 장학금’ 류양선 할머니 이번엔 10억대 기부
91년 한서대와 인연 135명에 장학금
“배운대로 실천해야” 부동산 또 내놔 “난 못 배워서 낫 놓고 ‘ㄱ’자도 몰라. 장학금 주면서 배우고 싶은 마음을 풀지.” ‘자선하는 젓갈 할머니’로 이름난 류양선(76·사진·노량진수산시장 충남상회 주인)씨의 주름살이 또 한번 활짝 펴졌다. 20일 그는 충남 서산 한서대에 10억원대 규모의 경기도 김포시 고촌면 천호리 집터와 논밭 1038㎡를 내놓았다. 류 할머니는 1998년에도 경기 광명시 소재 산과 건물 1430㎡, 06년에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면의 산 4732m² 등 수십억원대의 부동산을 팔아 이 대학에 장학금과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류 할머니가 이 대학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1년, 고향 서산에 대학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설립자이자 현 총장인 함기선 박사를 만나면서 비롯됐다. 소학교를 다니다 말다 한 게 전부라서 돈 모아 고향에 좋은 학교 하나 세우고 싶었던 까닭에 자기보다 앞서 명동에서 성형외과를 하는 이가 대학을 만든다고 하니 다짜고짜 찾아가 본 것이다. “돈 잘 벌고 유명하다는 의사가 점심으로 2천원짜리 김밥을 먹더라고? 배고프다고 했더니 나한테는 6천원짜리 밥을 사줘.” 기워 신은 양말과 구두를 보고 이 양반이면 되겠다 싶어 학교 짓는 데를 따라나서는데 차 안에 도시락이 있었다.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났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뒤부터 류 할머니는 해마다 200만~1천만원씩 이 대학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기부한 재산은 ‘류양선장학재단’ 기금이 돼 이번 학기까지 135명이 혜택을 받았다. 류 할머니가 내놓은 재산은 한강물이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에도 불 안 때고 새우젓 팔아 모은 돈이다. “일찌기 남편이 딴살림 차린 뒤 ‘돈 벌자’ 이를 악물고 장사를 시작했지. 여자는 길쌈이나 잘하면 된다며 배움의 길을 막은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어.”
돈이 모이면 양로원에 찾아가고, 어려운 학생도 도왔다. “볼에 얼음이 박힌 사람이 누굴 돕느냐”는 걱정도 들었지만 친정어머니 말씀대로 젓갈장사 40 평생을 적선하고 살았다. 한서대와 인연을 맺기 전에는 이화여대, 건국대 충주캠퍼스에 장학금을 냈다. 전국 학교에 책 수만권도 보냈다. “이번에 학교 가서 학생들하고 농구했어. 공이 던지는 족족 ‘통통’ 튕겨 나와서 하나도 못 넣었지만 엔돌핀은 막 솟아나던걸.” 류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돈 많이 벌어 학생들이 세계적인 인재가 되도록 뒷바라지하고 싶다”며 “세상에 나보다 더 행복한 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배운 대로 실천하며 정직하고 살라고 당부했어. 번지르르한 것들이 세금 떼먹고 맨날 싸움이나 해대는 걸 보면 기가 막히잖어?” 대전/글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배운대로 실천해야” 부동산 또 내놔 “난 못 배워서 낫 놓고 ‘ㄱ’자도 몰라. 장학금 주면서 배우고 싶은 마음을 풀지.” ‘자선하는 젓갈 할머니’로 이름난 류양선(76·사진·노량진수산시장 충남상회 주인)씨의 주름살이 또 한번 활짝 펴졌다. 20일 그는 충남 서산 한서대에 10억원대 규모의 경기도 김포시 고촌면 천호리 집터와 논밭 1038㎡를 내놓았다. 류 할머니는 1998년에도 경기 광명시 소재 산과 건물 1430㎡, 06년에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면의 산 4732m² 등 수십억원대의 부동산을 팔아 이 대학에 장학금과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류 할머니가 이 대학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1년, 고향 서산에 대학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설립자이자 현 총장인 함기선 박사를 만나면서 비롯됐다. 소학교를 다니다 말다 한 게 전부라서 돈 모아 고향에 좋은 학교 하나 세우고 싶었던 까닭에 자기보다 앞서 명동에서 성형외과를 하는 이가 대학을 만든다고 하니 다짜고짜 찾아가 본 것이다. “돈 잘 벌고 유명하다는 의사가 점심으로 2천원짜리 김밥을 먹더라고? 배고프다고 했더니 나한테는 6천원짜리 밥을 사줘.” 기워 신은 양말과 구두를 보고 이 양반이면 되겠다 싶어 학교 짓는 데를 따라나서는데 차 안에 도시락이 있었다.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났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뒤부터 류 할머니는 해마다 200만~1천만원씩 이 대학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기부한 재산은 ‘류양선장학재단’ 기금이 돼 이번 학기까지 135명이 혜택을 받았다. 류 할머니가 내놓은 재산은 한강물이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에도 불 안 때고 새우젓 팔아 모은 돈이다. “일찌기 남편이 딴살림 차린 뒤 ‘돈 벌자’ 이를 악물고 장사를 시작했지. 여자는 길쌈이나 잘하면 된다며 배움의 길을 막은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어.”
돈이 모이면 양로원에 찾아가고, 어려운 학생도 도왔다. “볼에 얼음이 박힌 사람이 누굴 돕느냐”는 걱정도 들었지만 친정어머니 말씀대로 젓갈장사 40 평생을 적선하고 살았다. 한서대와 인연을 맺기 전에는 이화여대, 건국대 충주캠퍼스에 장학금을 냈다. 전국 학교에 책 수만권도 보냈다. “이번에 학교 가서 학생들하고 농구했어. 공이 던지는 족족 ‘통통’ 튕겨 나와서 하나도 못 넣었지만 엔돌핀은 막 솟아나던걸.” 류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돈 많이 벌어 학생들이 세계적인 인재가 되도록 뒷바라지하고 싶다”며 “세상에 나보다 더 행복한 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배운 대로 실천하며 정직하고 살라고 당부했어. 번지르르한 것들이 세금 떼먹고 맨날 싸움이나 해대는 걸 보면 기가 막히잖어?” 대전/글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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