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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워진 감정 붓펜으로 다시 씁시다

등록 2005-05-11 17:08수정 2005-05-11 17:08

 이호자 할머니가 4일 광진노인종합복지관 주간단기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과 동요 ’푸른하늘 은하수’를 부르고 있다.
이호자 할머니가 4일 광진노인종합복지관 주간단기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과 동요 ’푸른하늘 은하수’를 부르고 있다.

이호자 할머니, 경치매 어르신 붓펜 강좌

이호자(61)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오후가 되면 광진 노인종합복지관을 찾는다. 그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붓펜을 가르친다. 자원봉사다. 경치매를 앓거나 신체가 허약해 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돌보는 주간 단기보호센터가 그의 강의실. 붓펜 강좌는 치매의 진행을 완화시키는 일종의 치료 수단이다.

“가르친다기보다 관심을 보여드리는 것이지요. 따뜻한 말 한 마디만 건네도 이 분들의 얼굴에 생기가 도는 게 느껴져요.”

이씨는 센터에 들어서면 어르신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안부를 묻는다. 손도 마주잡고 등을 두드려 주기도 한다. 수업은 언제나 노래로 시작된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구청에서 배운 단전호흡을 가르쳐 줄 때도 있다. 손가락을 세는 놀이도 한다. 어눌해 보이지만 따라하는 어르신들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하다. 자연물을 그리는 시간도 자주 갖는다.

“요즈음 같은 봄 날에 실내에만 계시는게 안타까워서 나무, 꽃, 새, 나비 등을 그려 마음대로 색칠하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이씨가 이곳에서 자원 봉사를 시작한 때는 지난해 가을. 복지관을 드나들던 남편이 강사 모집 공고를 보고 권했다고 한다.

그는 노년을 배우면서 보내고 싶었다. 2003년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에 등록해 만학도가 됐고, 손자와 즐겁게 놀기 위해 구연 동화를 배우기도 했던 그다.

“환갑을 넘기면서 주위에 피해 주지 않고 멋있게 살다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 곳에 와보니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는 어르신들이 인생의 황혼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지 않고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자신이 어르신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하려고 한다.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을 안아드릴 때면 너무 행복합니다.”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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